<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북토크 후기>

2023. 4. 23. 유진 당원

 

토요일에 열린 그페미의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북토크는 사람이 적은 게 너무 아쉬울만큼 좋았다. 사실 북토크가 열리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 그 어느 에세이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았고, 뭔가 질문을 하는 것도 이 사람 삶 자체에 대한 말을 얹는 일일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북토크를 주최해주신 강수님의 질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고, 매우 재미있었다. 

이 책이 나는 여성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여성인 내가 노동을 하면서 겪는 문제가 바로 여성 노동문제 아닌가. 특히 여성이라는 젠더의 특수한 노동인 성노동, 드라마를 찍다가 발을 꺾어 살해당한 말 까미에 대한 내용을 노동으로 푼 점이 좋았다. (좋았다 재밌었다 같은 초등학교 일기장에 많이 쓰던 말로만 표현할 수 없는게 아쉽다) <미조의 시대>를 읽고 내가 느꼈던 충격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성노동에 관해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제 3자로서만 생각했다.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은 한국보다 문제가 덜한가? 성매수자와 포주를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은? 그럼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여성의 육체를 사고팔지 않으며 여성 인권이 더 존중받는가?


나는 아직까지 한번도 성노동을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로 선택한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신매매를 당했거나, 한번 들어가면 빛이 끝없이 불어나는 악순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서도 성매매는 엄청나게 다양한 의견이 있는 주제고, 성매매 반대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성노동 가시화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도 있다. 

그런 점에서 성매매 당사자의 차이가 인정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작가님의 말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려면 법이 필요하고, 성매매가 불법이면 성노동자들을 위한 법을 제정할 수 없다. 코로나로 수요가 줄었을 때 성노동자들의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데이팅 앱 사용자와 성매매 주제를 이야기 할 때 더 거부감이 없고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데이팅 앱은 자신의 자원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외모, 학벌, 나이, 직업, 차, 고양이 유무 등등… 고양이나 강아지 사진이 있으면 호감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첫 데이트로는 가볍게 강아지와 공원산책으로 사심을 채울 수 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사진을 올려놓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진은 자신의 차 사진이다. 여성성이 데이팅 앱에서 거래되고 자신의 성적 자원을 극대화해서 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을 하고. 이렇게 성적 자원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성매매와 비슷한 결이라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데이팅 앱에는 항상 원나잇을 찾는다고 걸어놓는 남자들이 있고, 심지어는 자기가 모험가이고 사업가인 남성이 자신은 한 도시에 정착하지 않으며 자신과 데이트를 한다면 멋진 저녁, 쇼핑, 300유로를 준다는 대놓고 성매수자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면서, 또 지금 그때 이야기를 돌아보면서 점점 더 일상과 성매매의 벽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나와는 다른 세계’로 선을 그었다면 이제는 성매매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훌륭한 우정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반려 기니피그 털고구마들과의 우정과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랑. 나는 항상 친구들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우정이라는 단어가 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왜 연인간은 사랑이고 친구간은 우정일까. 친구나 동성끼리의 성 접촉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출근한 ‘나’를 대신해서 야채를 먹여주러 수시로 들리는 친구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일까.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나랑은 안 맞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선택을 하고 사랑할 점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여자들을 더 힘껏 사랑하자.

 

“근데 남자를 싫어하는 일보다 선행돼야 할 건 언제나 여자를 살리는 일이고, 그런 여자들에게 그런 남자들을 거부할 자유를 주는 방법은 안 그런 여자들이 그런 남자들보다 더 그런 여자를 사랑해버리는 거, 그거 하나뿐이다. 더 환호하고 더 욕망하고 더 열렬히 사랑하는 거. 침 흘리는 남자들보다 먼저 그 여자들을 약탈하고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거. 그런 걸 안 하면서 남자들이 문제다, 저런 남자를 받아주는 저런 여자도 좀 더럽다라고 말하는 건 거의 그 남자랑 그 여자가 백년해로하라고 맺어주는 거나 다름없다. ”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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