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손어진이고, 1986년 5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 독일 베를린에서 약 1년 9개월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녹색당을 알게 된 것은 2011년 12월 24일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자리에서였습니다. 그날 만난 녹색당 창준위 분들이 준 녹색당 브로슈어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이듬해 2012년 지방선거 이후 5월 9일께 생애 첫 정당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독일식 선거제도)”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한국 녹색당에게도 필수적이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원이 된 이후에도 더욱 헌신을 다해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연구하고 활동하던 중에, 지금 우리가 외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이 선거제도를 통해 각 국가의 녹색당이 어떻게 성장했으며, 지금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현실정치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독일에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20대에 만난 교회공동체와 녹색당, 그리고 주변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들은 인간과 사회에 몰지각한 저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살던 세계가 다가 아니라 것을 알게해 주었고, 보이지 않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해주었습니다. 특히 저는 여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부끄러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2012년 봄에 함께 일하던 동료와 모 여성 연예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여성이 멋지다고 하는 그에게 제가 ‘그 사람 문란하지 않아요?’ 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 때 시멘트처럼 굳어진 얼굴로 ‘문란하면 어때? 문란하다는 기준이 뭐니?’ 하던 동료의 되물음에 저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어떤 여성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후진 잣대였는지, 후줄근한 제 자신을 마주한 날이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여성인 제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은 나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저의 무지와 몰이해, 범죄에 가까운 언행과 사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럴 때면 이런 제 자신에 놀라며 주변의 녹색당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녹색당의 가치와 이것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제 자신에게 조금씩 이 부끄러움을 씻을 수 있고 말려버릴 수 있는 “햇살”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실 저는 채식을 한다고 하면서 가끔 슬쩍 고기를 먹기도 하고, 엘레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는다고 하면서 은근히 기계 위로 오르는 때가 많으며, 최소한의 삶을 산다고 하면서 소비를 하지 않는 대신 남의 물건을 허락도 없이 사용하다 걸려서 홍당무가 된 적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위선적인, 민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녹색당원으로써 살고 있는 생활에 무척 감사합니다. 외국 삶이 녹록치 않아서 인 것도 있지만, 하루 하루가 눈물나게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서로 다름과 공존의 방식은 거의 기적과 같습니다. 이 기적과 같은 날들 속에서 녹색당 유럽지역 모임을 꾸리고,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에 감사합니다. 또한 독일 녹색당원으로써 지역구 모임에 나가며 독일 녹색당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녹색당원을 비롯한 주변의 훌륭한 인격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처럼 지역모임을 성실하게 꾸리고 참여할 것이며, 앞으로 한국 녹색당 유럽지부가 유럽에서 어떤 활동을  “장기적으로” 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추진해보고자 합니다. 


이것으로 20년 전 초등학교 전교어린이회장 선거에 나가본 이후 처음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저의 알맹이 없는 부끄러운 출마의 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1일 

손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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