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인터뷰 김민서 당원 (제22호)

2024.01.09 16:31

손어진 조회 수:97

<똑똑똑, 녹유> 당원 인터뷰


인터뷰이: 김민서(독일 프랑크푸르트)

인터뷰어: 어진(프랑스 파리)

인터뷰 날짜: 2023년 12월 4일

인터뷰 발행: 2023년 12월 31일


민서 님,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학업 중인 김민서라고 합니다. 재학 중인 대학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살고 있고요, 올해 하반기부터 녹유에서 사무처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무처장님~ 든든합니다. 민서 님은 사회학과 젠더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 그리고 그걸 독일에서 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좀 이야기 해주세요.


저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게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계기였어요.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과정에서 무슨 존재나 기관이 영향을 주는지, 원가족, 사회와 커뮤니티, 국가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이러한 것들이 저를 가슴 뛰게 하는 주제에요.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젠더학을 공부하게 된 큰 계기는 주변에 성폭력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였어요. 폭력을 겪는 상황을 알게 됐어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고, 실제로 도움을 주려고 할 때, 피해자를 위한 도움보다는 예를 들어 가족의 방관 같이 피해자 주위 사람들의 낡은 사고방식에 맞서는데 에너지를 더 많이 썼던 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었어요. 전문가가 되어서 그 사람들을 전문지식으로 혼쭐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던 것 같아요. (웃음) 그때는 독일이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젠더 폭력 문제에 있어서 한국보다는 제도적으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었고요. 그런데 사실 북유럽을 제외하고는 젠더 폭력의 현실이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고, 다른 문화권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긴 해요.


성폭력 같은 문제들은 우리가 독일에 왔지만, 한국에서 계속 일어나는 문제들이잖아요. 또 정도는 다르지만 여기서도 한국 뉴스를 계속 따라가고 있는데, 지금도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들을 볼 때 마음이 어떤가요?


점차 나아지겠다는 희망은 있지만 이게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답답함이 해소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지점들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물론 독일과 한국의 실제적 거리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예전만큼은 크게 안 와닿는 것도 있고, 좀 무뎌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독일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점들이 따로 있어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독일에서 벌어지는 일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게 되게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 한국 사람들을 만나서 그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 나누다 보면 똑같이 열을 받아요. (웃음)


민서 님 말처럼, 한국에 살 때 가부장제, 성차별, 성범죄 같은 것들이 정말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느꼈다가, 독일에 오니 여기도 똑같은 문제가 있고, 거기에 더해 인종차별, 식민주의, 파시즘 잔재 같은 다양한 문제가 있고… 거기에 우리가 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맞아요. 또 다른 테마들과 우리가 여기서 또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산 넘어 산이다 진짜. 그래도 2019년 독일에 와서, 올해로 독일살이 4년! 독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 들었던 순간이 있나요?


사실 특별히 독일이 아니어도 경험했을 것 같긴 한데, 완벽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고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게 참 큰 수확인 것 같아요. 처음 입국할 때는 독일의 시민의식과 복지에 환상을 가졌었는데, 냄새나는 지하철역들과 불친절한 서비스업에 큰 충격을 받고, 모든 것들에는 장단점이 공존한다고 생각했어요. 뉴스나 독일에 여행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들어서 알던 독일의 카더라와 실제 경험을 하면서 알 수 있는 것들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러 클리셰적인 면들을 하나씩 부숴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독일에 이민자가 20%가 넘잖아요, 여러 배경을 가진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과 본국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것도 독일에 온 보람을 느끼게 해줘요.


독일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좀 바뀌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나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되게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사람들하고 늘 끈끈하게 이어져 있잖아요. 가족 안에서 보면 문을 막 벌컥벌컥 연다든가 하는 사생활이 존중이 안 되는 상황이 많이 있고, 또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그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독일에서는 제가 ‘이 시간에 나 혼자 있고 싶고, 내가 이걸 하고 싶다’라고 말하면 훨씬 더 존중해 주는 것 같아요. 저 혼자만의 시간에 충전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잡생각도 하고. (웃음) 한국에 있었으면 그 시간을 다 누구와 보내는 데 썼을 것 같은데, 이제는 혼자의 시간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2021년 에센에서 열린 녹유 총회에 참석한 이후에 당원이 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에 가입한다는 것은 또 특별한 일인데, 그 전에 다른 당 활동도 해보신 적이 있는지, 녹색당의 가치나 의제 중에서 특별히 관심 있는 부분이 있으시면 이야기해 주세요.


당 활동은 처음이고요, 저의 전공과목을 들으시면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녹색당 의제 중에 가장 관심 있는 의제는 ‘페미니즘’입니다. 사회적, 정치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소외된 자들이 일상을 누릴 수 있게 지원 및 지지해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을 제외하곤, 독일에 살면서 녹색당과 녹색당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환경과 비거니즘, 동물권에 대하여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아무래도 주위에 비건이나 베지테리언인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저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저는 아직 비건이나 베지테리언은 아닌데, 그래도 여러 얘기를 듣다 보니까 그들의 가치에 공감하고, 그래서 점점 저도 육류 소비를 줄이는 중이에요.


언제 녹색당에 표를 주기 시작하셨어요?


2018년, 제가 성인이 됐을 때 그때 서울시장 선거가 있어서 동사무소에 가서 첫 투표를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때도 녹색당을 뽑았는데, 사실 이건 순전히 어진 역할이었어요. 왜냐하면 그때 한창 어진이 페이스북에 녹색당 관련 홍보를 했었는데, 그 홍보물들을 보면서 공감이 됐었어요. 그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관심이나 정보가 지금만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어떤 문구들을 보고 많이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신지예 씨 벽보 훼손 사건이 있었잖아요! 거기에 살짝 분노해서 더 뭔가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꺄! 너무 기쁩니다. 생애 첫 투표를 녹색당에 주셨군요. 진짜 짱이에요! 그 이후로 녹색당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래도 한국 녹색당은 한국 정당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정당이란 게 참 자랑스러워요. 2년 차 녹색 당원으로 한국 녹색당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꾸준하게 좌파의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독일에 와서 정치환경을 보며 부러웠던 부분은 독일은 연립정부로 인해서 많은 목소리들이 들리는데, 한국은 정부형태가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여당의 목소리와 그에 반대하는 그 두 가지 방법론에 대한 접근 외에는 딱히 많은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 같아요. 녹색당이 계속해서 그 경계에 균열을 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민서 님이 생각하시는 좌파란 무엇일까요?


좌파 하면 연대하는 이미지가 제일 크게 떠올라요. 우파는 내 개인의 이득을 비롯해 뭔가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미지가 큰 것 같고요.


연대! 정말 그러네요. 혹시 녹색당이 더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 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정치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타국에 사는 입장으로서 많이 드는 생각 같은데,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투표권의 유무로 크게 작게 들리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매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의 삶과 어려움에 대해서 사회 내에서 아직 그렇게 많이 공유가 안 되는 것 같아요. 녹색당이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서 님 말처럼 우리가 여기서 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체감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민서 님과 저는 한국에서 크리스천 공동체에서 처음 만났지요. 사실 한국에서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나 의제에 열심히 반대하고 또 일부 혐오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인 경우가 있는데요, 민서 님 개인적으로 정당 활동과 종교활동을 할 때 부딪치는 부분은 없나요?


어렸을 때는 고민되는 지점들이 많았는데, 성인이 되고 가치를 정립하고 나서부터는 사실 부딪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정당 활동과 제 믿음 자체가 서로 대치하는 지점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예수가 행한 행동과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나 의제는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한 가치인데, 주위를 돌아보고 더불어 사는 삶을 사려는 자세를 녹색당도 예수도 반대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종교활동과 예수의 가르침 구분을  하는 편이에요. 낡은 규율들을 문자 그대로 현대에 선택적 적용을 하는 것과, 그 시대 규율들의 의도를 해석하고 현대에 내가 같은 가치를 어떻게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회가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낼 때, 저는 그걸 목사의 개인적 생각이나 장로들 같은 소수 교회 권력자의 의견 정도로 받아들여요. 같은 신을 믿는다고 해도 설교를 듣는 사람들이 모두 그 의견에 동감하는 건 아니니까요.


한국 녹색당도 큰 교회 조직이나 큰 정당들처럼 규모가 커지면 지금과는 다른 의사결정 과정을 갖게 될 수도 있겠죠? 당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 입김이 세거나, 그 사람들 중심으로 결정하게 되는 그런…


수직적 구조의 정치, 저희가 지양하는 정치 아닌가요? 그럼 안 될 것 같아요.


맞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지역 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시죠. 지역 모임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지역 모임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여러 이유로 거주지의 이동이 잦은 유럽에서 같은 시기에 근교에 살고 있다는 것이 소중해서, 이번 연도 초부터 두세 달에 한 번씩 만나기 시작했어요. 학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계셔요. 또 어린아이에서부터 좀 더 큰 아이들을 양육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싱글인 분도 있고요. 관심사가 되게 분산되어 있어서 아직은 지속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테마를 찾고 있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혹은 현안들에 대해 우리 같은 이민자 소수자 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게 지역 모임의 힘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예전에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비 EU권 학생들한테 학비를 받기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저희 당원 중에 그 주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다른 주로 이사를 가기도 했고요. 당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는데, 그나마 한국분들이 있어서 정보도 교환하고, 같이 화도 내고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조금 특이했던 게 그 주의 비 EU권 학생들한테 학비 받고 있는 걸을 모르는 독일 애들이 많더라고요. 같은 학생들인데…


아무래도 자신들한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니까… 사실 그런 결정을 녹색당 주지사가 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사실이죠. 이 주제에 대해 할 말은 많으나 여기서 줄여보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민서 님에게 녹색이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꿈꾸게 해주는 것. 서로서로 돌보고 지지하는 공동체로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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