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7 21:10
추천인: 정수진(하이델베르크)
읽을 사람: 김규동(프랑크푸르트)
당원 그리고 같은 길을 가는 여러분께.
처음 릴레이로 책을 소개받았을 때 사실 적잖이 놀랐답니다. 멀리서만 보던 릴레이 책 읽기 순서가 벌써 저에게 왔다니. 하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이 행운을 돌려보내야 하네요?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해…….“ 로 시작되는 행운의 편지가 기억이 납니다. 책을 추천하기 위해 몇 권 안 되는 저의 책꽂이의 책들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답니다. 아, 내가 그때 받은 충격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야 한다! 특히 전혀 흥미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 하고요.
제가 소개하려는 책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멀고, 평소에 무심코 상상하지도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에요.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라는 제목의 4명의 작가가 단편으로 그려낸 SF 소설이랍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SF 소설은 태어나 처음 읽어봤어요. 영화도 SF는 안 볼만큼 SF가 허무하고 가짜처럼 느껴졌고, 화려하게 꾸며 놓았지만, 현실을 떠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이 책의 첫 번째 단편 소설을 읽고 정말 오랜만에 책을 삼키듯 읽었어요. 아, 소설책은 이렇게 읽는 거였지! 하는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느꼈답니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각 소설의 배경은 우주, 태양계에 있는 행성인 ‘금성’, ‘화성’, ‘토성’, ‘해왕성’이에요. 그 안에서 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았고, 미디어의 역할, 자본주의 아래에서 소모되는 사람들, 로봇들과 어울려 살며 무한한 공간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상상하게 된답니다.
유럽, 우리는 어쩌면 한국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판타지로 여기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미세먼지도 없고, 인간으로의 권리 보장이 잘되고, 좋은 정책들과 함께 만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땅으로 여겨지는 바로 이곳에 서요. 하지만 살던 곳을 떠나와 뿌리내리고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현실적인 공간이지요. 이 책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처럼요. 녹유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이곳으로 온 저는 처음보다는 적응을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늘 긴장한 채로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찰나의 순간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괴로움, 어쩌면 갑자기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외로움, 한국에서의 가족, 친구들과 소통할 때 겪는 온도 차도 함께요. 어쩌면 이 책 속의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는? 우주인‘들의 마음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책이 녹색당의 가치를 대변하는 책도 아니고, 생활의 큰 위로가 되지 않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주지도 않지만, 평소 소설에는 흥미가 없으신 당원님께 이 책을 통해 잠시라도 숨어있던 상상력이 살아 움직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추천의 편지를 마칩니다. 한국과 독일을 한나절 만에 왔다 갔다 하듯 태양계를 왔다 갔다 할 때쯤엔 녹색당-화성지부, 녹색당 내에 인공지능 로봇의 권리 찾기 특별위원회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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