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그페미 22년 1월 모임 후기

2022.01.31 18:28

손어진 조회 수:1039

-일시: 2022년 1월 23일 오후 2시


0) 평등문화약속문 낭독


1) 자기소개(이름/닉네임, 자신의 대명사,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무엇이 좋았을까?)


2) 4개의 기사를 읽고 생각 나눔

E: 정희진의 글과 이길보라의 글의 결이 약간 다름이 느껴졌다. 정희진의 글은 가부장제 하 성차별, 성차별이나 성폭력에 대한 성별 젠더 의식 차이  등을 이야기 한 글이라면, 이길보라의 글은 성차별에 대한 영페미의 관점, 삶에 대한 실천 부분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글을 보며 떠올랐던 경험, 생각들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자. 


S: 대학 때 로켓동아리를 들었는데, 굉장한 남초 모임이었다. 호모소셜한 정도가 너무 심해서 소외받는 느낌이 강했다. 왜 자꾸 나를 배제하고 만나냐고 했더니 "네가 불편해할까봐 안 불렀다"고 대답했다. 막상 모임에 가보니까 정말 더러운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물어보았고 "거봐, 너 불편할 거라고 했잖아"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그 불편함을 참고라도 편의를 구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러지 않을지 선택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 그룹 안에 있으면서 명예남성으로 기능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후일 연구적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그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해도 비슷해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결국 그 동아리 선배들이 나를 배려하려고 했던 건지, 배척하려고 했던 건지 아직 생각해보곤 한다.


E: 대학때 테니스 동아리에 들었는데, 7:3의 비율로 남자가 많았다. 남자 선배들이 주도권이 강한 모임이었다. 남자 선배가 후배인 여자후배와 동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성추행하는 사건이 생겼다. 여자후배가 남자선배들에게 문제제기를 했다. 그 여자후배와 내가 동기였지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직접적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결국 그 남자 선배가 퇴출을 당하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남자선배가 동아리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남자선배들이 그 가해자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피해를 입었던 동기는 몇 번이나 문제제기를 했지만 가해자가 동아리에 찾아오는 걸 멈추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동아리를 그만두는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 즈음에 회의감이 들어 동아리를 나왔다. 남자들의 어떤 연대가 분명하게 보이는 사건이었다. 당시 나는 오히려 피해자가 왜 피해를 제대로 호소하지 않았지? 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한가지 사건은 교회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교회 오빠 중 여자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고 늘 자신을 '오빠가'라고 지칭한 사람이 있었다. 이 남자가 교회 여자후배와 자취방에서 영화를 보다가 스킨십이 있었던 모양인데, 둘 사이에 어떤 관계의 진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 남자가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다녔고 그래서 여자후배가 교회활동을 더 할 수 없었다. 이 때도 남자는 교회에 남아 리더 그룹에서 계속 활동했다. 이 사건에서 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남성은 남아있고 여성이 떠나는 상황이 되는건지 질문하게 되었고, 그 때에 행동을 취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D: 최근에 "남자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작년이었다. 작년에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나와 파트너 모두에게 기쁜 일이었다.원래 나는 베를린에 평생 살 계획이 없었고 그 부분에 대해 파트너와도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가족을 제외한 모든 주변인들이 내 파트너를 걱정하는 것이 속상했다. 예를 들면 "떨어져 지내면 걔는 밥은 어떻게 먹어?"같은 것. 한편으로는 나와 파트너의 관계를 응원하고 걱정해주는 선의인 것이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속상했다. 나는 내 꿈을 찾아 가는 건데 왜 거기 대해 묻지 않고 파트너 걱정을 하는지, 내가 남자였어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지 모르겠다. 내가 유별난 사람이고 관계에 무책임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점이 속상했다. 이런 문제들이 꼭 한국만의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집은 모계중심적인데, 나도 예쁨을 많이 받고 컸다. 남동생이 둘 있는데, 무거운 짐이 있거나 전구를 갈아야 한다거나 할 때 엄마를 부르는 점이 재미있다. 엄마가 왜 당신만 부르냐고 타박을 하니 동생들이 "엄마가 더 힘이 세고 더 잘하잖아요"라고 대답했는데, 그걸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평범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내가 굉장히 가부장적 사고에 영향을 받는구나 생각했다.


S: 결혼하고 외박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유부녀가 노는 목적으로 외박을 할 수 있나?'라고 생각을 하다가, 남편의 권유로 친구 집에서 쉽게 자고 오게 됐다. 그런데 시어머니보다 오히려 친정 어머니가 남편 밥도 안하고 밖에 나가서 놀고 온다고 많이 나무라셨다. 애가 있으면 하기 어려울테니 지금 하겠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남편이 권해주지 않았다면 나 스스로 이 틀을 깨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가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밥은 각자 알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남녀 성역할에 대해서 중요한 건 파트너와 나 사이의 의견이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D: 집 안에서 우리만의 합의가 되어 있더라도 밖에서 나가 놀다보면 가부장제 규범에 영향을 받는 걸 느낀다. 예를 들어 클럽에 가서 놀 때, "파트너는 어디 있어? 너 여기서 노는 거 걔도 알아?"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리고 굉장히 자유로운 관계라는 감탄을 들으면 내가 오히려 불편해진다. 한국 친구들은 특히, 내가 파트너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파트너가 먼저 취해서 돌아가고 내가 남아서 함께 놀려고 하는데서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가부장제 규범이 강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반면 내가 남자고 내 파트너가 여자였다면 "D는 어디있어?"라는 질문은 안들었을 것 같다.

내가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했을 때 축하를 많이 받았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가부장제 제도권 안에 들어가는 것에 많이 망설였지만, 그래야하는 여건과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으로 결정했다. 가부장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비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더라도 내 삶을 가부장제와 분리해서 결혼생활을 해 나갈 수 있고, 그것이 나의 개인적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는 경우도 비슷하다. 내가 정한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한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 이길보라님의 글이 D님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D: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양육은 계획이 없다. 정희진의 <남성도 힘들다>도 방금 내가 한 이야기와 연관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포함해서, 한국의 젠더갈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페미니즘이 누구의 밥그릇을 뺏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페미니즘 때문에 남성이 손해를 본다는 내러티브를 짜고, 그런데 사실 그 누군가도 가부장제로 이득을 보는 사람일 것이다. 남성들이 "우리도 힘들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여권이 올라간다고 그들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원래 평등해야 했던 것을 평등하게 만드는 과정일 뿐인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다.


S: 이대남들도 자신의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이 보살핌을 당연히 누리게 될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깨지니까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것 같다. 또 학교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하면 예쁜 여자를 만난다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실제로 여자가 보상으로 주어지지 않으니 여기서 또 손해를 본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여자들에게 '나쁜' 사상교육을 하는 페미니즘 탓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군대는 또 가야하고… 억울해하는 정서가 있다.

오히려 나이가 좀 더 든 남자들은(80년대 초반 생)  남자가 특혜를 받은 시절이 있다고 인지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소위 이대남들은 학교에서는 여자들이 오히려 더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보는데, 이게 어느 세대에서 갈리는지 궁금하다.


E: 최근까지 일했던 직장의 상사가 전형적인 헤테로 30대 후반 가장인 남자였다. 본인이 직장생활을 그렇게 오래 해오면서 한 번도 여자 상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차별이 있다는 점에 공감을 하는 거 같다. 그러나 동시에 일 잘하는 여자 상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자기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모두 남자인 구조 속에서, '여자가 정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같은 불신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


M: 나 자신은 가부장제에 직접적이고 강한 피해를 입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여중 여고를 나왔고, 외동이라 남자들과 비교당할 일도 없었다. 부모님도 동갑이라 갑을의 권력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밥을 차리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도 누가 하느냐로 갈등을 빚은 적이 없고,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갔다. 하지만 교회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다. 왜 여자 목사가 잘 없을까,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교회에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는 분파도 있고, 또 보통 목사는 기혼자만 될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목회자리를 받으려고 결혼하면 남자가 목사가 되고 여자는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는 길을 가게 된다. 여자가 남자가 목사가 되는 커리어의 보조도구 정도로 취급되는 것에 짜증났다. 네 개의 기사를 읽으면서 관계가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N: 딸이 엄마 성을 따르게 했다. 모두가 아빠 성을 따르니까 우리 딸은 엄마 성을 따르게 하면 어떻겠냐고 파트너에게 물었더니 좋다고 동의했다. 성을 두개 써서 이름이 길어지면 불편해지는데, 내 성을 쓰면 이름이 짧아지고 더 알아듣기 쉽다는 실용적 이유도 있었다. 남편도 모성을 따랐다. 남편의 경우는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나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 나는 딸이 내 성을 따라서 자랑스러웠고 한국에서 가서 살 때도 완전한 한국 이름으로 여권에 적힐 것 같은 점도 좋았다. 그런데 한국에 갔더니 부모님이 왜 아이 성이 모성을 따랐는지 의문을 품으셨다. 또 모성을 따라서인지 아이가 사실혼을 통해 태어났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의 친구들도 - 특히 남자들이- 나를 유별나다고 했다.

친구 중 동유럽/터키에서 온 친구들이 있는데,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는데도 독일 통념과 다르게 아이의 아버지 성을 따르게 했다. 아마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의 규범이 부성을 물려주는 게 바른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


D: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아이를 낳고나서 그들이 헤어지게 되면 아이를 엄마가 데려가는 게 당연해서 그런 통념이 생긴 건 아닐까? 나는 궁극적으로 성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 혈통주의적인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성이 없어질 수 있나 가끔 고민해본다.


E: S님이 성을 바꾸는 일로 아버지가 서운해한다고 했을 때 재미있다고 느꼈다. 사실 엄마 성을 따르는 게 아빠 성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데. 아빠의 성을 쓰는 일 자체가 나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고, D님 말씀대로 성이 없어졌으면 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을 때,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나는 자동으로 아빠 호적에 올라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왜 우리는 아빠 성을 따라야 하지라는 고민도 그때 더 하게 됐다. 게다가 그 아빠는 우리에게 굉장한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다.


J: 나를 정서적으로 물질적으로 양육한 사람이 엄마이다보니 엄마 성을 따르는게 맞지 않을까 오래 고민을 했는데, 친가와 가깝게 지내서 -특히 작은 아빠와- 좀 망설여지는게 있다. 호주제 없어졌을 때 팔도의 유림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우리 할아버지도 그중 하나였다. 차안으로 부모 성을 같이 쓰는 것도 생각해보았는데,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그것도 근본 없는 짓이라고 할 게 보였다.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내가 그런 말을 꺼냈을 때 또 작은 아빠가 서운해할 것 같다. 나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마가 준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한편으로는 여자들은 한번도 자기 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엄마의 성도 결국 외할아버지에서 온 것이다. 모계로 부터 계속 성을 물려받아본 경험이 없다. 

성이 옵셔널 해지는 것을 지나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D님의 말에 공감한다. 성이 영어로 패밀리네임인데, 그 ‘가족명’을 가부장의 것으로 쓸 필요가 있나? 시간이 갈수록 가부장을 포함하지 않는 가족의 헝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또 한 성으로 구성되지 않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가족을 묶기 위해 가장 나이 많은 남자의 성을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 


E: J님 말을 들으니 재미난 상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엄마의 성, 아빠의 성 둘 중에 누구의 성을 쓰냐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사실 이제는 엄마 엄마로 구성된 가족도 있고, 트랜스젠더 가족도 있고, 정말 다양한 가족이 있는데, 그때 엄마 둘 중 한명의 성을 따를 수도 있고 다양한 제도가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족이 합의해서 새로운 성을 창조할 수 있고 그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본다. 


S: 아빠가 서운해 하는 것도 있었지만, 결혼하고 굳이 남편성으로 바꾸지 않고 내성을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성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는데, 그렇게 되는 것도 좋겠다.


M: 성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말에 긍정ㅎ



3) 다음 모임 

-상호교차성 관련 주제, 공동텍스트 정해서 발제하고 토론거리 뽑아서 이야기하는 세미나식으로 진행

-일정: 2월 말로 두들 돌리기 / 2월 6일까지 공동텍스트 정하기(신문기사보다는 단행본, 논문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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