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5 17:00
[녹색당 유럽모임 논평 제 1호]
일본의 외교적 압력에 굴복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 취소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에 유감을 표한다
지난 9월 5일, 국내 언론을 통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상'이 세워진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자매도시 협약을 맺은 프라이부르크와 수원시가 공동으로 추진해 오는 12월 10일 세계여성인권선언기념일에 건립식을 열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불과 보름 만에 이 유럽최초 '평화의 상' 건립계획은 백지화됐다.
프라이부르크 디터 잘로몬 시장은 “자유의 상징이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우리 시에 소녀상을 건립하자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애초 입장을 번복해 수원시 측의 “선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일 간 갈등에 자신이 도구화되었고 이는 자매도시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자매도시 마쓰야마 시 측의 압박, 일본 대사관의 공식 항의 방문, 재독 일본인들의 편지 공세 등 예상보다 거센 일본의 방해에 “작은 도시의 시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작년 12월 온국민을 통탄에 빠뜨린 한-일 합의를 두고 "일본 정부가 한국 여성들에게 감정적인 해를 가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배상금을 지급하였다"며 소녀상의 의미를 축소시키기도 했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이 같은 입장 번복은 매우 유감스럽다. 평화의 소녀상은 단지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알리는 것에만 그 의미가 있지 않다. 인류 역사에서 되풀이 되어온 군 성노예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호소를 담는다. 따라서 프라이부르크 시가 어떤 명목을 들더라도 외교적 실리를 앞세우느라 인권 가치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평화의 소녀상 유치가 일본의 방해로 좌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캐나다, 미국, 호주에서도 비슷한 경위로 무산된 바 있으며, 이후 한인 공동체의 노력으로 교회 등 사유지에만 겨우 세워질 수 있었다. 더 이상 손놓고 당할 수 만은 없다. 과거사 반성은 커녕 시종일관 덮으려고만 하는 일본의 파렴치한 외교 행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피해 당사자 여성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지금부터라도 일본이 주도하는 ‘망각의 정치' 프레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일본에 의한 성노예 피해 여성들은 한국 뿐 아니라 가까운 중국, 필리핀 등지에도 있다. 또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여성 인권 유린이 일어나고 있다. 다중으로 벌어지는 망각의 정치에 맞설 힘은, 궁극적으로 서로의 고통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연대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2016.10.04 녹색당 유럽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