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인터뷰 유재현 당원

2017.04.20 09:58

똑녹유 조회 수:262

베를린에서 수년간 있다가 바이에른으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의 일상과 새로운 곳에서의 소감이 어떠신가? 

베를린에 15년을 있었다. 내가 가장 오래 있었던 곳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베를린을 떠날 때 고향을 떠나는 마음이 들어 쉽지는 않았다. 베를린에서는 예술가로 지내다가 바이에른에서는 농부가 되었다. 직업 면에서 농부 가 된다는 것이 너무 기뻤고 좋았고, 지금도 너무 행복하다. 친구들과 멀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도시를 떠나는 게 아쉬웠지만, 근본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공감하고 그쪽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준비도 하고 농사도 짓고 동물들과도 가깝게 지낼 수 있어 좋다. 아이들과 더 많이 놀 수 있고, 삶의 여유가 있어 상당히 좋다. 

실제 농장일을 하나? 

진짜 농장일을 하고 있다. 장인·장모님이 하시던 농장을 많이 넘겨받았다. 이 농장은 조랑말 농장이었는데, 조랑말이 약 40마리 정도 있었다. 지금은 양 50마리, 조랑말 5마리, 당나귀 3마리가 있다. 앞으로 날이 따뜻해지 면 닭도 키울 예정이다. 이웃집 고양이가 우리 집이 좋은지 이사 와서 계속 살고 있다(웃음). 앞으로 다른 동물 들도 섞어서 키우려고 하고 있다. 

한국 녹색당은 2012년에 창당되었다. 재현님은 독일 녹색당을 먼저 알고 당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1년에 공부하러 왔을 때는 독일 녹색당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2006년 학교 졸업하기 전후로 녹색당의 지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 녹색당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녹색당의 창당 움직임이 있었고, 나도 초창기 때부터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녹색당 당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당원이 되어 함께 활동했다. 

2006년경 독일 녹색당은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지? 

독일 녹색당의 환경 의제들에 가장 관심이 있었다. 먼저 내가 사는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서 베를린 전체 정치에 이르기까지, 녹색당이 시민들을 생각하는 도로정비, 가령 자전거 길을 확장한다거나 차들의 속도를 줄이는 등 의 정책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살기 쾌적하게 지역을 만드는 정책과 청년들의 문화를 보호하는 정책들을 독일 녹색당에서 하고 있어 관심이 갔다. 

녹색당의 의제 중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초반기는 탈핵이었다. 사람의 관심도는 늘 변하기 때문에 내 관심사 역시 지금은 광범위하게 변했지만, 초창기는 탈핵.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내가 살았던 곳이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월성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핵발전소와 핵에 대한 거부감, 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다. 자라면서 핵발전소가 건설되고 주변 환경이 파괴되는 과정을 모두 보았다. 어린 시절 보았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콘크리트 담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뭔가 문제가 벌어진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고,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로 인한 여러 문제가 많은 부분 숨겨지고 있다. 우리 아버지도 암 수술도 하셨고, 현재 한전에 소송한 상태다. 예전부터 내가 아버지께 소송하라고 했지만, 아버님이 보수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반핵은 주장하면서, 소송까지는 하지 않으셨다. 탈핵은 나의 문제이고 그래서 한국 녹색당의 탈핵 의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관심 사는 소비자 보호에 관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가 현재의 자본주의를 막을 수 있는 차단제라고 생각한다. 

소비자 주권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렇다. 소비자 주권을 보호하는 것이 완전 자본화된 속에서 진행되는 대기업들의 행태를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물건들 대부분이 90%는 껍데기고 10%만 진짜 가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보자. 실제로 많은 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물건들을 생산해냈고, 우리는 이것을 소비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무시해왔고 그냥 지나쳐 왔다. 우리가 소비자로서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횡포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탈핵, 소비자 주권과 같은 의제를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사는 방법이 있을까?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간접적인 것 같고, 소비자 보호 문제는 정부 틀 내에서 기준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물건들을 살 때 그 물건을 만든 회사들이 이것을 얼마나 도덕적으로 만들는지 보고, 어떤 내용물로 만들었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딸을 보면서 배운 게, 나는 물건을 살 때 대략 보고 구체적으로 보지 않은데, 이 친구는 정말 유심히 본다. 그런데 그렇게 내용물들을 자세히 보면 진짜 안 좋은 성분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되면 다 시는 그 물건을 안 사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비오(Bio)라고 해서 다 비오가 아니다. 

녹색당 사람들, 녹색의 가치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 향후 하고 싶은 활동이나 프로젝트 등이 있는가? 

생각하고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녹색당 친구들과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녹색당 친구들을 만났을 때 너무 좋다. 진정한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만들어진 자본에 들어온 것들이 중요 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녹색당 친구들은 생태와 자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도시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면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작은 부분에서 실천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마음이 너무 편했다. 그래서 녹색당에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조직하는 기쁨도 있었다. 녹색당은 이런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인 것 같다. 또한, 한국 녹색당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작은 활동이라도 보태고 싶다. 당원들을 모으고 모임을 활성화 시키고, 녹색당의 여러 가지 가치와 정책 등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중요성 들을 재인식시키고 그들이 녹색당의 정치활동에 같이할 수 있도록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지금은 모아 나갈 때라고 생각한다. 녹색당 유럽모임은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색이 있다. 조만간 그런 일들이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유럽으로의 여러 가지 방문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일들 말이다. 한국 녹색당과 유럽지역의 녹색당을 연결하는 등의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거기에 우리도 참여하는 일들이 생긴다면 무척 좋을 것 같다.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한국 녹색당뿐만 아니라 유럽에 사는 내게도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 농사를 지으면 서 어떻게 자급자족하면서 살 수 있을지 한국 녹색당 내 경험자들의 노하우를 알고 싶다(웃음). 

독일에 있으면서 한국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프거나 답답한 부분은 있는가? 

분명히 있다. 대부분의 분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독일에 살면서 행복하게 사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의 문제는 글로벌한 문제라고 인지하고 있고, 한국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내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한국에 가끔 들어가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오래됐지만, 한국이 세월호처럼 내려앉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너무나 많이 받고 있다. 어떤 것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정신병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게끔,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끔 방해를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국 사회가 사람들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혼란스러운 나라가 된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너무 일을 많이 한다. 독일은 사람들이 30일을 쉬어도 미치려고 하는데, 한국은 일주일도 휴가를 못 낸다. 회사에 일주일 휴가를 낸다고 하면 미쳤냐고 한다. 정상이 아니다. 정상이 아닌 곳에서 사는데 어떻게 정상인이 될 수 있는가? 정상적인 것이 실은 정상화가 되어야 하는데(웃음). 일을 그렇게 많이 하는데 어떻게 정치에 관심을 둘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이게 좋아지면 앞으로 우리의 관심은 너무나 많이 파괴된 환경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공간에 아파트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주거 환경들을 개선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때, 주변 사람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 때, 행복한 이야기를 오갈 때 나도 행복해질 것 같다. 

한국 당원들뿐만 아니라 독일 모델을 이상적인 모델로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많다. 독일에 있으면서 어떤 부분 에 있어서 한국과 독일 두 나라가 다르다고 느끼는가? 

너무 다른 게 많아서 뭘 이야기할지 모르겠다(웃음). 최근 지인들과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담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같은 남성들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고 많은 부분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은 밖으로 나가고 여성들은 가사 일을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왔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 면서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역할분담이 달라지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남성들이 더 밖으로 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자유주의 구조 속에서 일을 더 많이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남녀의 역할 분담의 의지가 있어도 실천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 최소한 독일에서는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바이에른에 살다 보면 남성 중에 요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요리를 하다가 결혼만 하면 안 하게 된다. 시간이 되는 대도 안 한다. 거기에 대고 내가 ‘아니야 너희도 같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여성들은 ‘내가 남성들에게 강조하지 못했다’고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곤 하고, 남성들은 공격받게 되니 불편해한다. 나 역시 공격하는 사람이 되니까 불편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담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지가 중요하다. 내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 생각한다. 

한국 녹색당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2012년 한국 녹색당이 창당된 이후, 당연히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길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타당과 다르다. 잠시 짧게 만들어지다가 사라지는 정당이 아니다. 그런 심적인 확신을 처음 부터 갖고 있었고,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언젠가는 녹색당의 가치가 한국 정치에 실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개헌도 되어야 하고 선거제도도 바뀌어서 비례대표도 확대되고 하는 정치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두 당만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당이 정치를 하는 정치시스템이 되면 분명 녹색당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녹색당의 가치는 우리 삶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우리 삶의 터전인 자 연을 지켜나가는 것이며, 이것은 곧 미래를 지켜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미래를 지켜나가는 사람들 은오늘만 보는 게 아니라 내일도 보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녹색당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같이 활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공부 모임 등의 지역모임을 활성화하면 좋겠다.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재현에게 녹색이란? 

녹색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터뷰일시: 2017년 1월 27일 금요일 오수 3시 
인터뷰어: 손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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