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7 19:07
새벽 1시 반, 연극은 끝났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여섯 분의 사연을 차례대로 복기해 보면서 그 분들이 절절하게 외쳤던 진솔한 말들이 제 머리 속을 울립니다. “떠나보낼 사람들을 미리 떠내보내는 마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줘요”, “편하게 사는 게 뭐가 어때서”, “그 모든 아픔도 결국 살아있는 순간이었어”, “완전한 치유가 아닌 완전한 치유로부터 자유를 원해”.
절망과 상처의 길을 지나온 배우들이 전해준 메세지는 세상에는 다양한 몸이 있고, 내 몸을 다양한 몸들 중 하나로 인정받고 이해받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픔’을 대하는 태도가 경직되어 있고 나 또한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위로라고 생각하고 건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히려 그 아픔과 치유의 강박을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도, 그렇게 위로를 하며 나와 내 가족의 아픔도 치유될 것이라고 믿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와 솔직한 고백에 진정으로 마음이 놓이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공감할 때 비로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준 마음 따뜻해지는 연극이었습니다.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롭게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더 이상 쓸쓸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내년의 소망을 적어봅니다. 새 해에는 더욱 다양한 몸들이 소통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나 역시 나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미안해 하지 않으며 말 할 수 있기를.
p.s. 좋은 연극 알려주신 현화님,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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