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어둠과 추위를 뚫고 한 분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보리차를 준비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반가운 당원들도 오시고, 처음 뵙는 분들도 오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익숙하게 조한혜정님이 이런 난감함을 함께 나눠보자시며 요즘 당신이 자주 이야기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한국에서 당신이 만난 미투 집회에 나오는 여성들의 이야기, '넷페미'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여성들,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서 함께 연대하기 위해 나온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나온 개별자 여성들에 대해 나눠주셨어요. 다양하게 모인 여성들을 하나의 대화의 장으로 모아보려고 했던 노력, 그것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 시대에 "연대"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연대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게 아닐까.. 그런 질문을 던지시니 모두가 난감해졌던 것 같습니다.
"깨인 개별자"가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그것이 모여서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여성의 집단지성운동을 해오신 분이 그런 말을 하시니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당원 한분께서 그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예를 들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에게 "네가 옳아, 너 하고 싶은 일을 해" 라고 할 뿐. 그리고 가능한 대로 청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돕는 일? ("돈이나 내놔"라는 조한혜정님에 모두가 웃음) 
그리고 우리에게 '이바쇼', 즉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모인 이 모임이 베를린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이바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도 하셨습니다. 찾아보니 이바쇼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시키면서도 동시에 개개인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조한혜정님이 제시한 "자공공(‘스스로 돕고自助 서로를 도우면서共助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 가자公助)" 의 개념이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은 미투 운동, 안희정 사건 등 아직도 진행중인 중요한 사안들이 우리에게 남아있어요. 
이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각종 폭력적인 상황에 위협받고 있고,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을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있는 독일에서도 일상에서 각종 성희롱에 인종차별 까지.. 마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날 모인 분들이 굉장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분은 지금의 시간이 공백기간 처럼, 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셨지요?
내가 전공한 것은 사회복지인데, 여기서 하고 있는 것은 가정에만 충실하게 일하고 있는 가정복지라고-
어럽게 시작한 공부를 중단하고-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분도 계셨습니다.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 위해 1년을 베를린에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방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한국의 미투 모임을 연대하고자 하는 모임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학원에서, 독일 정치사회 이슈를 신문기사를 통해 함께 토론하는 모임에서, 세월호 모임과 녹색평론 책읽기 모임에서, 녹색당 유럽당원 모임에서 만났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아주 잘, 훌륭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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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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