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수언 당원께서 작성한 베를린 제 7회 총회 후기를 공유합니다. :) 

작성해주신 수언당원님 고맙습니다! 

 

 

2019년 녹유 총회 후기 

안수언 

 

매 해 길거리에 단풍이 파도처럼 넘실댈 때면 녹유 총회가 열립니다. 개인적인 감상평을 쓰기 이전에, 먼저 이 자리를 빌려 녹유 총회를 위해 힘써주신 운영진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금요일 오후, 부푼 마음을 안고 기차에 몸을 실어 총회 장소인 베를린 반제Wannsee로 떠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울 사람들을 떠올리고 새로 만날 인연들을 기대하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5시 반쯤에 도착하니 언제 봐도 포근한 분들이 맞이해주셨습니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푼 후 잠깐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 멀리 뻗어있는 호수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녹색당이기 때문에 이렇게 자연이 있는 곳에서 총회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 새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날에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참여자들 사이에서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이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습관도 공유하였는데, 플라스틱 덜 쓰거나 쓰지 않기, 소비 줄이거나 하지 않기, 육식을 줄이거나 하지 않기 등이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이 소중했는데, 이 습관들 모두 어느 정도 제가 실천하고 있으나 가까운 주위에는 실천하는 이가 없어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치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서 습관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둘째 날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총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운영위원회와 여러 지역/의제 모임의 활동사항, 그리고 사무처의 회계 보고와 감사의견이 공유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NRW 지역 모임의 프로젝트로 유태선 당원님의 해시태그 프로젝트였습니다. 독일에서의 한국인 여성들에 대한 캣콜링 실태를 조사하고, 그 불편함과 분노를 담은 영상을 만드신다고 합니다. 총회 사이사이에도 촬영은 진행되었는데요, 촬영 현장을 보며 더욱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이 완성 될 내년 초가 기다려지네요.


그 후 대부분의 시간에는 규약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총회 성립에서의 당권자 온라인 참석 인정, 당원의 당권 인정 조건, 차기 위원장직의 인수인계 기간 등 여러 의제들이 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안건은 우리 모임의 명칭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녹색당을 지지하고 공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최근까지 녹색당의 정식 모임은 아니었다가 지난 달에서야 한국 녹색당으로부터 특별기구-해외당원모임으로 승인받았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모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며 그 명칭이 화제에 올랐는데, 그 이유는 한국 정당법 상 한국은 해외에 정당 조직을 둘 수 없으며 조직 명칭에 당 이름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 모임은 지역당이 아닌 특별기구이기 때문에 조직 설립 자체에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우리 모임의 이름이 위법 가능성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변경할 것인가, 변경한다면 어떻게 칭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표결에 의해 현 명칭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현 명칭이 우리의 모임을 가장 잘 설명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재외국민의 정치적 활동 보장을 요구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대여섯시간의 긴 총회 후 우리는 간식을 먹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먼저 강이현 강사님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현재 지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 상황을 해쳐 나가기 위해 우리는 ‘완화’와 ‘적응’의 측면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2018년 IPCC* 보고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2040년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전과 비교해 1.5도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여겨지는 1.5도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완화’의 측면에서 대응책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파리 협정이 있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들에 대처하는 ‘적응’의 측면에서는 방재 인프라 구축, 생태계 복원 등의 대책이 있습니다. 강사님께서 최근 논문들과 개념어들을 공유해주셔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연구를 하면 할수록 지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프다는 것만 알게 된다고 느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임혜지 강사님은 ‘생태운동, 녹색생활 실천’ 이라는 제목 아래 스스로의 인생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평소 장을 볼 때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며 물품을 구매하고, 필요한 물건은 만들어 쓰기도 하며, 휴가 때는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는 강사님은 환경을 생각하는 삶이 얼마나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나날들의 연속인지 보여주셨습니다. 어제 저녁 토론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을 통해서도 녹색생활에 대한 지지와 믿음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실천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40년 넘게 거주하신 강사님을 보며 타지 생활에 대한 용기도 얻었습니다. 강사님을 처음 알게 되었지만, 앞으로 힘들 때 가끔 강사님을 떠올리며 이겨낼 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행사 이외에도 벼룩시장과 기후왕 뽑기가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책 3권을 완판하였고 그 돈으로 지금 날씨에 딱인 멋진 남색 원피스를 구매하였습니다. 저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기쁘고, 또 상대방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제가 찾게 되어 기뻤습니다. 총회 기간 내에 발생한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여 기후왕을 선정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그 영광은 기쁘게도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이번 총회 후기를 쓰는 건 절대 아닙니다!). 총회기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적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어요.

 

모든 일정이 끝난 후 우리는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언제나 헤어질 때 아쉬운 녹색당 분들이지만, 다음 총회를 기대하며 씁쓸함을 털어냅니다. 이번 총회는 여러모로 저에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네요. 다시 한 번 총회를 위해 애써주신 운영진 분들, 먼 길까지 발걸음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회에서 함께한 분들, 아쉽지만 함께 하지 못한 분들 모두 다음 총회에서 만나길 바라며, 추운 날들 따뜻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녹유 201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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