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인터뷰 정세연 당원

2017.04.20 09:44

똑녹유 조회 수:138

본인이 하고 싶은 본인 이야기, 소개 부탁합니다. 

나는 자기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고 싶고, 그래서 늘 자기 정체화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다. 나를 나타내는 명사들을 나열해본다. 페미니스트, 환경 사회학 연구자, 커뮤니티 조직가, 성 소수자, 칼럼니스트, 생활공예가 등. 나는 이것들을 그냥 주어지는 정적인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고 소통해야 유지되는 가변적인 정체성이라고 본다. 가령 칼럼을 써야 칼럼니스트고, 뭘 계속 만들어야 공예가라 불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성 소수자도 마찬가지다. 이 단어는 한 개인의 성적지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정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정의된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이다. 곱씹어보면 내가 나고 자란 가족, 동네, 학교 등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중산층, 혹은 그 이상에 도달하고자 열렬히 지향하나, 그것이 쉽지 않아 열심히 경쟁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한국사회가 대체로 그렇게 ‘평범함,’ ‘남 들 하는 만큼은’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내 주변은 더 그랬다. 나도 순진한 마음으로 그 경쟁에 열심히 참여하다 십 대 끝 무렵 이미 거기 지칠 대로 지치고 신물이 났다. 그게 지금 삶 전반에서 진보적 성향을 밀고 나가는 강력한 동기가 된 것 같다. 매 순간 의심하고 회의하고 불평한다. 왜 그렇게 살아야 돼? 다른 방식이 가능하다는 걸 직접 증명하는 게 (그것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게) 내 삶의 목표다. 

요즘 가장 본인의 관심거리 내지는 제일 많이 하는 생각 같은 게 있나요? 

균형. 몸과 정신의 균형. 신념과 실천의 균형. 일과 놀이의 적절한 비율. 뻔한 얘기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온 종일 글 쓰고 나면 다음 날은 아크로 요가나 하이킹을 가고, 복잡한 이론을 가지고 씨름하다 점심때 학교식당에 가면 일종의 액티비즘으로 음식을 새로 안 받고 남들 식판에 남은 거로 끼니를 때우는 식이다. 태양광패널, 스마트폰, 크라우드펀딩 같은 현대문명을 누리지만, 보름달 뜨는 밤과 24절기도 기념한다. 앞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갖더라도 50-70%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창작활동을 해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가지에 미친 듯이 몰입하는 ‘장인형’이 되고 싶었고 그게 잘 안되어서 자괴감이 들었는데, 사실 나는 타고나기를 관심과 열정이 다방면으로 뻗는 ‘잡다한’ 사람이다. 균형이 새삼 키워드가 된 까닭이다. 다양한 활동을 균형 있게 해나가면서 그것들 간의 시너지를 누리는 것이 나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녹색당 가입에 동기나 계기가 있었나요? 

2012년 환경재단에서 잠시 몸담던 때, 녹색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녹색당의 처음 순간에 함께했다는 것이 뿌듯하고, 그 때문에 지금까지 크게 한 일은 없으나 책임감은 좀 느끼고 있다. 대학 초반에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정당정치, 진보정치판에 대해 조금 배웠다. 지금보다 대한민국 정치판이 여러모로 훨씬 짠내났었는데, 정치, 정치인, 정당들의 구조나 생리가 어떠한 제 나름대로 예민하게 관찰했던 것 같다. 민노당이 분열되고 다른 당에 곧바로 들어가지 않은 건 대안이 없어서였다. 내게 중요한 생태주의, 생활정치, 페미니즘을 오롯이 담을 의지 (역량은 고사하고)가 있는 당의 부재. 내가 느끼기에 녹색당은 정당으로서의 꼴이나 경험치는 부족할지라도 조직과 사람이 참신했다. 가부장제나 운동권의 구습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사람들의 기운이 맑고 평화로웠다. 

녹색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입장 중에서 본인에게 특히 중요하게 다가오는 입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전체론적 관점에서 ‘시민의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큰 방향성이 동의한다. 당의 의제나 공약에 아직 한국 현실에서 일어나 본 적 없는 것들이 꽤 있는데, 나는 그게 미래지향적 정치라고 본다. 이미 있는 것, 예전부터 해오던 것만 사골국처럼 우려내는 정치는 그저 기득권의 무궁한 영화를 위한 것인데, 기득권이 아니고 앞으로도 될 수도, 될 생각도 없는 대다수의 사람에겐 정말 암담하고 설득력이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위한 정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문제들을 말할 때 사용되는 대명사 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녹색당도 거기까지 못 갔다. 장애인, LGBT, 나아가 자연과 동 물들이 아직은 거리감 있는 철저히 타자로 인식되고 있다. 내 주변엔 없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당장 내 생활에 밀접하진 않지만 중요하고, 혜택받은 ‘우리’가 나서서 소외된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 말이다. 그런데 ‘그들’에서 ‘우리’로 관점을 이행하자는 것은 결코 일차원적인 감정적(공감) 대응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 다. 철학적으로 치열한 고민과 개념 재정립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널리 퍼뜨리는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면서 제도와 정책 속에 그 정신이 깊숙이 스며들게 해야 한다. 사실 나도 동물권/동물복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 민이 부족해서 생각이 막연하고 태도도 애매한 상태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1번 황윤 후보가 했던 말들은 방향성은 좋았지만, 구체적으로 그 신념을 어떻게 소통하고 구현할 것이냐는 부분에서는 한 계를 자주 보였다고 생각한다. 

녹색당 당원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오는 9월에 프라이부르크에서 녹색당 유럽모임 총회를 열기로 했다.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 이 들리고 보이는 워크숍 형태로 큰 틀을 짰다.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슬슬 들어가는데 이 행사를 많은 이들과 즐겁게, 의미 있게 치러내고 싶다. 평소 성격대로 일단 으쌰으쌰 일은 벌였는데.... 뭐 어떻게든 잘 되겠지! 많은 분의 참여를 욕망한다.


인터뷰어: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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