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인터뷰 이수빈 당원 (제20호)

2022.06.26 12:11

똑녹유 조회 수:46

<똑똑똑, 녹유> 당원 인터뷰_이수빈 당원


잔인하다시피한 순간들이 많았다. 죽음을 막아야 했고, 동시에 사람들의 두려운 마음을 어루만져야 했다. 

 


프랑스는 지난 3월 14일부터 코로나 방역조치를 전격 해제했다.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백신패스를 검사하지도 않는다. 독일은 어떤가? 

독일은 아직까지는 슈퍼, 대중교통 이용 시는 물론이고, 기차역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써야한다. 오늘 아침 아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면서 보면 어린이집 안에 들어서면서 학부모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다. FF2 마스크를 쓰냐 천 마스크를 쓰냐의 차이가 있지, 아직까지는 불안한 것도 있고 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독일도 4월이나 5월 되면 프랑스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날씨도 따뜻해지고, 사람들도 실내에 모여 있기 보다는 밖으로 많이 나갈 것이고, 감기 자체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조치를 한꺼번에 다 없애는 것보다 마스크 착용은 좀 더 길게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난 2년 동안 (두 번이나 걸린 사람으로서) 수빈 님이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는 게 놀랍고 또 다행이다. 

이쯤 되면 어떻게 코로나에 걸렸냐가 아니라, 어떻게 코로나에 안걸릴 수 있을지 의심할 만 하다.(웃음) 감기 증상 같은 것은 종종 있었는데, 아무리 검사를 해도 음성이 나왔다. 최근 들어 자주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pcr 테스트 결과 양성인 경우가 있었으니 조심하라는 메일이 왔었는데, 그 와중에 아이가 한 이틀 동안 39도까지 올라가고, 기침에 콧물이 있어서 코로나 일거라고 생각하고 테스트를 해봐도 아니더라. 


나도 두 번 모두 아주 심한 감기처럼 앓았는데, 비슷한 감기 증상이더라도 코로나로 반응되는 바이러스가 따로 있는것 보면 새삼 신기하다. 

우리 병원에 코로나가 대대적으로 돌던 시기가 있었는데, 오버 아르츠틴(Oberärztin) 한 명이 3차 백신까지 맞고도 코로나에 걸렸다. 시기상 델타변이 바이러스였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이후 신경 쪽에 문제가 와서 걷기가 어려워졌다. 엄마로서, 의사로서 정말 완벽하게 일을 하는 분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분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를 겪고서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병가를 내고 복귀했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지금은 장기 휴직에 들어갔다. 이 상황을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 의사들이 모두 지켜보면서 정말 마음 아파했고, 우리 모두에게 굉장히 크게 각인이 되었다. 내게 두 명의 상사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은 이 모습을 보면서 백신 5차 접종까지 예약을 해 놓은 상태이다. 상사는 그 오버 아르츠틴이 백신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끔찍하고,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라고 보고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병원에서 근무시 상황은 어땠나?  

2021년 7월부터 지금 병원에 근무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코로나 병동에 배치되어 일하지는 않았다.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던 한 동료가 코로나에 걸려 아파서 급하게 하루정도 대신 일한 적은 있다. 최근에는 응급실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당직을 서는 날에 코로나 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보고 있다. 

근무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는 백신을 맞은 사람부터 일부러 백신을 안 맞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하다. 오미크론이 돌기 전에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할 때, 코로나에 걸린 일가족을 만난 일이 있다. 부모와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던 서른 살 가량의 딸이었는데, 셋 모두 일부러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부모가 중환자실로 가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는데,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 자리가 부족해서 아버지를 만하임 병원으로 보냈고, 그분은 거기서 결국 사망하셨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또 답답한 마음들이 있다. 병원에서는 어떤 환자가 코로나에 걸려서 왔고, 지금까지 백신을 두 번 이하로 맞았다고 하면, 거의 백신을 안맞은 사람처럼 환자를 대해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환자가 지금까지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린 적이 없고, 백신접종은 2차까지는 맞았지만, 마지막 맞은 게 6개월 전이라고 하면 백신의 효과가 현재 남아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 환자는 언제든지 중환자실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미크론으로 오면서 상황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변화를 느낀다. 내 상사 중 다른 한 명은 오미크론이 감기만도 못한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사람들이 백신을 많이 맞기도 했고 그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갖는 위험성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느껴지기로는 이제 오직 남은 것이란 정부의 코로나 정책뿐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감기에 걸려도 자기가 일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근무를 했었는데, 지금은 의사든 간호사든 코로나에 걸렸다 싶으면 증상과 상관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 일을 다 빼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일할 사람이 없게 되고, 그것 때문에 병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 초반에는 누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건강은 괜찮은가 걱정부터 했다면, 지금은 오미크론이니 별로 안 아플 거고, 당장 일손이 없어지니 상사들이 짜증이 나는 상황이다. 오미크론이 이 정도까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다 보니 이런 변화들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 병원도 지난주부터 병문안이 허용됐다. 그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방문이 금지된 상황이었다. 환자가 임종이 가까워진 상태가 아니면 허락을 안했고, 부득의하게 병문안을 하려면 종이에 사유를 쓰고 제출하면 허가를 내주는 식이었다. 사실 어떤 경우는 방문을 허락하고, 어떤 경우는 방문을 불허하고, 이것을 결정하는 게 무 자르듯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같은 방을 쓰는 저 환자는 병문안이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냐고 항의하는 자잘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꽤 오랫동안 그 병문안이 안됐던 상황이 모두에게 힘들었을 것 같다. 친구 중 한 명은 코로나 초기부터 코로나는 정부와 기업이 계획한 일이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며, 코로나 백신은 위험하다고 계속 주장하고 믿었다. 그 친구 아버지가 오랫동안 양로원에 있었는데, 정부의 정책과 병원 지침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씩 아버지를 만나러 가던 것을 마음대로 못하자 많이 분노 했었다. 그런데 너무나 안타깝고 공교롭게도 지난 9월에 갑작스럽게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거다. 아버지를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돌아가시다 보니 충격도 크고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이었다. 아버지를 못 만나서 괴로운 친구도 이해되고, 양로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도는 상황에 외부인을 전처럼 계속 받을 수도 없는 상황도 이해되고...

이런 정책들이 굉장히 잔인한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많이 목격한다. 특히 병원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픈 사람들 중에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도 있고, 내가 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눈물로 불안함을 호소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꼭 지켜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지난 코로나 상황은 그것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코로나 초기에 이 바이러스는 나에게 의학적으로 일종의 전쟁 상황이었다. 적은 눈에 보이지 않고, 공격을 당하고 있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금 겪고 있는 것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계속 몰려왔다. 바이러스를 확인을 하면서 동시에 막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을 못하고 있어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었다. 이것을 위기라고 인식하는 순간에야, 잔인한 정책이라도 필요성을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이 생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이별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지금은 위기의 순간이니까하고. 그런데 이런 위기의 순간에 대해 공감이 안됐을 때, 코로나 자체가 없다던가, 이게 모두 음모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사실은 그냥 공존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거다. 


친구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굉장한 양의 정보를 공유하고 주고받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이들이 굉장히 신뢰하는 의사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위험하지 않다거나 코로나 백신이 검증되지 않았고 위험하다고 이야기 하는. 나에게도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내주고, 만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는 내가 백신을 맞은 것에 대해 너무 걱정했고, 1년 후에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라면 그 이야기를 계속 듣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누군가 백신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코로나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얘기하면 어떤 배경에서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데이터로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하면 못 견딜 것 같다. 이런 끈질긴 수고가 나에게는 일종의 종교적 접근처럼 느껴진다. 애초에 다른 믿음을 수용할 생각이 없고, 오직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키기 위해 소통을 시도하는 것, 이것이 진리고 너희는 지금 깨달아야하고, 구원은 여기에 있고 라는 접근을 장시간 견디긴 어렵다.


정부의 코로나 대책 중에 하나로 백신패스가 있었다. 작년 8월부터 독일도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백신패스를 도입했다. 백신접종을 장려하고자 하는 것도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백신접종을 안했던 사람들이 일상의 제약을 받자 반발이 컸던 것 같다. 

오미크론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는 걸리면 죽을 수도 있고, 특히 60세 이상의 경우 사망률이 높아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늘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억울함을 느끼거나 힘들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겪은 정책들은 이제 거의 없어져가는 상황이다. 또 오미크론은 사실 다수 감기만도 못한 증상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때문에, 여기에 백신을 계속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듯이, 앞으로 4월과 5월 상황도 달라질 것 같다.  


코로나 3년차, 심각한 증상의 코로나 환자들을 만나면서, 또 일련의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마음의 어려움 같은 것들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 

기본적으로 코로나와 관련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페이스북에서 나눠지는 글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굉장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으로 누군가를 설득할 때 사용하는 언어, 사용하고 있는 근거를 들을 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에서 이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두드러져보였다.

우리가 어떤 정치적인 문제를 맞이할 때, 현존하고 있는 사회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문제를 누구의 편에 서서 해결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의견이 달라진다. 이것이 아무리 서로 다른 입장이어도, 팩트는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팩트마저 왜곡하려고 할 때 굉장히 분노를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코로나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의 주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정보들을 왜곡, 오용할 때 유독 나에게 힘들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백신을 맞고 싶지 않고, 그 이유가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백신이 처음 나오기 시작했을 때, 특히 아스트라제니카의 부작용 사례가 나오고 죽은 사람도 생겼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내가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건, 그 사실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에 있는 특정 어떤 물질 때문에 그게 1년 후 혹은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백신은 절대 맞으면 안 되고 유전자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 주장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물론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 중에는 없고 주로 뉴스로만 경험했다. 간혹 병원에 코로나 확진으로 실려 온 사람 중에 백신을 일부러 안 맞은 사람들을 통해 그런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애초에 대화의 가능성이 내 마음속에서 단절되는 것을 느낄 때 속으로 힘들었다. 듣고싶지 않은 이야기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생기는 것은 힘든 일처럼 느껴진다. 


녹색당 유럽당원 모임에서 코로나를 주제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 조치, 백신접종 등에 대해 의견이나 생각을 나눠볼 시간이 없었다. 녹유 모임을 하면서 대화 중에 스치듯 코로나, 백신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 저분은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저분은 몸에 있는 질환으로 불안해서 맞기를 좀 꺼려하는 구나 등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오늘 이 대화를 통해 수빈님과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무척 뜻깊다. 

병원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개인적으로 당원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 녹색당에서 내는 논평, 제가 존경하고 아끼는 당원들의 페이스북 글을 간혹 보는 정도였다. 그런 중에 어떤 당원이 ‘백신은 다른 사람들이 맞을 것이니 나는 안맞고 버틸 것이다’라고 한다거나, ‘백신을 맞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안 맞을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할 때, 잘못된 팩트나 근거를 가지고 확신에 찬 사람들의 이야기를 퍼다 나를 때 내마음속의 빗장이 쳐지는 것을 느꼈다. 녹색당 내에 저런 생각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거다. 이건 몇명의 경험으로 인한 나의 지나친 일반화다. 처음에는 그런 글에 댓글도 달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서로 토론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한번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까 시작도 하고싶지 않았다. 

녹색당에서도 코로나로 그간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어떤 사람들이 백신을 거부하거나, 코로나 자체를 부정하려고 할 때 혹은 그런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갈 것 같으면, 사실 더 이상 이야기를 안 듣고 싶고 방어적으로 되는 것처럼 많이 얼어버린 내 마음이 느껴진다.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이 사람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도 자주 했다면 그것의 뒤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했을텐데,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더 많이 당원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지금 내 삶은 그게 안 되니까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휴직을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한편으로는 어떤 사안에 의견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코로나가 발병되고,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니, 거기에 희망을 품고 1년을 보냈다. 독일에서 2020년 12월부터 접종을 시작했을 때, 나는 바로 맞을 수 없다고 하니 어서 빨리 백신이 풀리길 기다렸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의심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았고, 맞아야 하나보다 했다. 신체 건강한 우리는 걸려도 쉽게 나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약자가 있다고 생각했기도 하고, 정부의 조치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딱히 의심하지 않았고, 거기에 대한 의견도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의견을 만들어내기까지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렇다. 팔랑귀라서 어떤 정보와 근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이쪽 말도 일리가 있고, 저쪽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코로나와 백신에 대해서도 모여지는 정보들 중에서 최대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해서 수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특히 이쪽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촉각을 세우고 그렇게 노력했던 것도 있다.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를 충분히 갖게 되면 의견이 생기게 되고, 그것으로 어떤 것을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한국 언론은 최대한 자극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사들을 만들고 유통시켜왔다. 이런 자극을 최대한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로 인해 혹은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극하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접하는 정보의 질이란 불안을 정당화 시키는 방식으로 매우 떨어졌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독일에서 내가 느꼈던 감동이랄까, 정말 부럽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이러스 학자로 유명한 드로스튼 박사(Dr. Christian Drosten)가 직접 팟케스트에 나와 이야기한 시점이었다(2020년 2월 26일 첫 방송). 개인적으로 이 팟캐스트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드로스튼 박사의 태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방송에 나와 현재까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지금의 앎은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이고, 그래서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라고 열어두는 것. 정말 매주 꾸준히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하는 것. 정말 중요한 스텝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무언가를 열어두고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어떤 문제를 대한다는 태도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것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상황이면 더욱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맞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거나, 코로나로 부모를 잃은 경우에는 이런 사람들에게 그런 객관적인 정보가 얼마나 소용이 있겠나. 누군가는 백신만 아니었으면 혹은 백신만 맞았으면 저 사람은 살 수 있었는데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는 속으로 중국을 원망하면서 중국에 대한 혐오가 생겼을지 모른다. 코로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는 걸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면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볼 때, 이건 다 음모론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음속 무언가를 열어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코로나때문에 직장도 잃고, 병문안이 금지된채로 부모를 잃은 사람에게 정책의 불가피성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의 반응, 사람들이 갖게 된 의견들의 불가피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유독 집중적으로 경험해왔던 지난 2년, 3년째인 것 같다. 다만 이 상황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위기의 상황이라고 서로 공유될 수 있었다면,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두려운 마음을 더 어루만져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 지난 2년간 너무 다이나믹한 상황들이 많았고, 그때마다 결정들을 했어야 했고, 잔인하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조치들이 이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의사라고 백신도 일찍 맞았고, 일을 계속 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지 않았고, 가족 중 누군가를 잃지도 않았다. 그런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편안하게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먼 발치에서 구경하고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인식은 수빈님이기 때문에 하실 수 있는 생각같다. 먼발치에서 구경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코로나와 싸운 장본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나눠준 얘기가 참 의미가 있다. 

어제 내가 사는 바인하임(Weinheim)에서 썸머타임 시작을 기념하는 ‘솜머아우스죽’(Sommerauszug) 이라는 행사를 했다. 썸머타임이 시작되는 일요일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봄을 상징할 만한 옷을 입고 코스튬을 하고 봄을 알리는 노래를 하며 행진을 한다. 이 행진 끝에 공원에 모두가 모여 눈사람을 불로 태우며 일종의 겨울 화형식을 진행한다.(일동웃음)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는 겨울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것 같달까. 여튼 아이가 너무 피곤해해서 화형식은 못보고 왔는데, 같이 갔던 당원 부부는 아이들과 끝까지 불태우는 것을 보고 ‘꼭 그렇게까지 눈사람을 태워야했을까.. 그냥 놔둬도 저절로 녹을 텐데, 너무 불쌍했다’고 전했다.(일동웃음) 

어쨌든 밖에서 그 많은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고 공원에 모여있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이들의 행진이니 부모들이 모여서그런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였고, 모두가 그냥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이런 시간들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 보였다. 코로나가 진짜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었다.


-인터뷰 일자: 2022년 3월 28일

-인터뷰어: 인터뷰이: 이수빈 당원(독일, 바인하임), 노아ㅎ 당원(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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