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인정수진(하이델베르크)

읽을 사람김규동(프랑크푸르트)

 


당원 그리고 같은 길을 가는 여러분께.


처음 릴레이로 책을 소개받았을 때 사실 적잖이 놀랐답니다멀리서만 보던 릴레이 책 읽기 순서가 벌써 저에게 왔다니하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이 행운을 돌려보내야 하네요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해…….“ 로 시작되는 행운의 편지가 기억이 납니다책을 추천하기 위해 몇 권 안 되는 저의 책꽂이의 책들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답니다내가 그때 받은 충격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야 한다특히 전혀 흥미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하고요.


제가 소개하려는 책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멀고평소에 무심코 상상하지도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에요.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라는 제목의 4명의 작가가 단편으로 그려낸 SF 소설이랍니다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SF 소설은 태어나 처음 읽어봤어요영화도 SF는 안 볼만큼 SF가 허무하고 가짜처럼 느껴졌고화려하게 꾸며 놓았지만현실을 떠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거든요하지만 이 책의 첫 번째 단편 소설을 읽고 정말 오랜만에 책을 삼키듯 읽었어요소설책은 이렇게 읽는 거였지하는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느꼈답니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각 소설의 배경은 우주태양계에 있는 행성인 ‘금성’‘화성’‘토성’‘해왕성’이에요그 안에서 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요하지만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았고미디어의 역할자본주의 아래에서 소모되는 사람들로봇들과 어울려 살며 무한한 공간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상상하게 된답니다.


유럽우리는 어쩌면 한국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판타지로 여기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요미세먼지도 없고인간으로의 권리 보장이 잘되고좋은 정책들과 함께 만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땅으로 여겨지는 바로 이곳에 서요하지만 살던 곳을 떠나와 뿌리내리고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현실적인 공간이지요이 책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처럼요녹유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이곳으로 온 저는 처음보다는 적응을 하고 있지만어쩔 수 없이 우리는 늘 긴장한 채로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찰나의 순간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괴로움어쩌면 갑자기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외로움한국에서의 가족친구들과 소통할 때 겪는 온도 차도 함께요어쩌면 이 책 속의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는우주인‘들의 마음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책이 녹색당의 가치를 대변하는 책도 아니고생활의 큰 위로가 되지 않고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주지도 않지만평소 소설에는 흥미가 없으신 당원님께 이 책을 통해 잠시라도 숨어있던 상상력이 살아 움직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추천의 편지를 마칩니다한국과 독일을 한나절 만에 왔다 갔다 하듯 태양계를 왔다 갔다 할 때쯤엔 녹색당-화성지부녹색당 내에 인공지능 로봇의 권리 찾기 특별위원회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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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똑똑똑, 녹유 제7호 [1] 가아닌양 2017.09.21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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