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 ich nach Deutschland kam (When i came to Germany)

여성 이주자 컨퍼런스 리뷰 / 송혜성

 

#AlsIch1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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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된다. http://als-ich.iwspace.de/


✧ 컨퍼런스 구성

Discussions

Panel 1: Guest workers in West Germany and Contract workers in East Germany.

Panel 2: Refugee women in East and West Germany.

Panel 3: Waiting Time.

Experiences with the asylum process in Germany, the constant risk of deportation, and the power of resistance and self-organization.

Panel 4: Racism & racist violence in Germany from the 90s until now.

Panel 5: German, BUT with a migration background.

Panel 6: Self-organization and feminist work in the context of migration.

 

컨퍼런스는 독일어로 진행되었으며 영어, 베트남어, 아랍어, 터키어, 이란어 등으로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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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 28-29, 양일간 베를린에서 여성 이주자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이 모였다. 스피커들이 태어난 나라만 대충 헤아려 보아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쿠바, 베트남, 터키, 칠레, 카메룬, 독일, 한국 등이다. 그들이 가진 이야기는 다양했다. 독일에서 사는 이주민 자녀로서, 문화학자로서, 페미니즘 활동가로서, 예술가로서, 이주노동자로서, 정치 망명가로서, 난민으로서! 그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일 뿐인데 이틀이 모자랐다. 일반 참석자들의 발언도 끝이 없었다. 다들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있었다. 어느 하나 공감과 박수를 받지 못한 이야기가 없었다. 현장의 분위기를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내러티브의 난장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섯 개의 패널에서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수렴하는 지점은 같았다. “조직하고 함께 행동하고 싸워야 한다 것이다. 진부하고 당위적인 결론이긴 하다. 컨퍼런스에 초대된 자매들이 공통으로 왔고, 하는 운동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가장 필요한 구호이기도 하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느 사회를 가더라도 이주민 여성은 다층적 빈곤에 시달리는 소수자 소수자다. 공동체 안에서는 가부장제와 싸우고 밖으로는 인종차별과 싸워야 한다. 각개전투도 의미 있지만 구조와 싸우는 개인이 으레 그러하듯 외로움과 피로함은 피할 없는 코스다. 컨퍼런스 첫날 명의 참가자가외로웠다 이야기했는데 자리에 모인 여성 대부분이 외로움에 공감했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점조직화되어있던 독일 이주 여성들을 한데 모으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다미그라DaMigra 같은 조직은 이미 수십 이주 여성 단체의 연대체이긴 하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정어리들은 마치 커다란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인다. 고래가 입을 벌리고 달려들면 사방으로 흩어지며 고래의 정신을 빼놓아 피해를 최소화한다. 무리 자체가 포식자보다 경우에는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정어리 옆에 정어리, 그리고 정어리. 그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나에게도 이주 여성 친구가 있었다

 

고작 달이었지만 지난 7 어학 수업을 들었다. 솔직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지막 주는 통째로 결석했다. 나를 지치게 했던 것은 짐바브웨 출신 남성의 언행이었다. 친구는 수업 중간우리 아프리카에서는~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아프리카에서의 과거 일화를 자주 이야기했는데 상당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었던지라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상했다. 번은 마다가스카르 출신의 여성 친구가 참다못해나도 아프리카 출신인데 우리 아프리카에서는 그러거든!”이라며 반박했다. 다음 나는 친구의 옆에 앉았다.

 

쉬는 시간에 그에게 말을 붙였다. 나름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겠다며 용기를 냈는데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부터 튀어 나갔다. “정말 마다가스카르엔 기린이 많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부끄럽다. 실패한 마디를 마중물 삼아 대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향의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말했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육아와 중에 선택하기를 강요받기도 . 꽤나 종종. 우리 언니도 임신을 하고 나서 일을 그만둬야 했어.”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한국에는 유치원이 없어? 선택을 해야 ?” , 한국여성들이 갖는 고통의 서사를 어떻게 설명하지. 쉬는 시간이 끝나는 참이었기에 나는 멋쩍은 웃음과 짧은 대답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유치원이 있긴 하지.”

 

수업이 끝나고 나란히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짧은 와중에 알게 것은 그가 낯선 땅에서의 삶을 조금은 힘겨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무슨 목적으로 그가 독일로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오페어로 일하는 중이었다. 아이를 돌보고 함께 노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으며 게스트 가족들 모두 친절하지만 일과를 끝내고 남는 시간에 혼자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곳에서의 삶이 기대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주었다. 그의 연락처를 알았더라면, 위태로운 모양새로 끝을 없는 바다를 떠도는 마리의 정어리 같은 그에게 컨퍼런스가 열리는 알려주었다면 이주 여성 네트워크를 통해 힘을 얻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으로 존재할 때와 우리가 우리로 존재할 때는 분명 다르니 말이다.

 

자매들의 이야기

 

타힌Tahin- 앞에서 이야기 친구의 이름이다-을 떠올린 이유는 단순하다. 컨퍼런스 현장에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도리스Doris Messa 카메룬 출신의 흑인이었다. 그는 번째 패널Waiting Time 첫 번째 스피커로 마이크를 잡았다.

도리스는 6 독일에 왔다. 그리고 번에 걸쳐 추방당할 뻔했다. 모두 무력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험을 나누기 위해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번은 오밤중에 5명의 남자 경찰과 1명의 여자 경찰이 도리스의 아파트에 찾아왔다. 그들은 모리스를 그의 아파트에서 문자 그대로끄집어내려했다. 카메룬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날 모리스는 아파트에서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알몸으로 저항했다. 날의 경험을 되짚는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Thats not easy for me였다. 쉽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너무 힘들었다 말하는 것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이후 도리스는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주 여성들과 함께 행동하기 위해 International Women Space 합류했다.

첫 번째 패널 Guest workers in West Germany and Contract workers in East Germany에서친애하는 자매 여러분이라 말하며 눈물 섞인 인사를 건네던 마이 푸옹Mai-Phung Kallath 기억에 남는다. 그는 1963 베트남 하노이에서 태어나 1981 계약 노동자로 동독에 왔다. 그녀는 이주자 커뮤니티 안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자들만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개쯤 말했을 나는 그녀가 자매들에게 인사하며 목이 는지 이해할 있을 것만 같았다. 논쟁적이었던 번째 패널 Refugee women in East and West Germany 스피커들은 이란과 칠레의 망명 활동가들이었다. 특히 이란에서 싸디 싸닷Sadie Saadat-Lendle 자신이 독일로 망명 오면서 받았던 도움과 지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예를 들면독일에 오고 나서 1 동안은 고작 가지 단어밖에 말하지 못했는데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했다. 부분이 난민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소한 불쾌감을 주었던 같다. 질의응답 시간에 몇몇 참여자가우리의 경험은 당신과 달랐다 폭풍처럼 이야기를 쏟아냈었다. 다섯 번째 패널 German, BUT with a migration background 스피커였던 라야Stefanie Lahya Aukongo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답게 시를 지어 왔는데 시의 제목은 컨퍼런스 이름과 같이내가 독일에 왔을 였다. ‘독일 여권이민자 배경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험한 웃픈 자신의 이야기를 있게 들려줬다.

마지막 여섯 번째 패널 Self-organization and feminist work in the context of migration 스피커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국남Kook-Nam Cho Ruwwe 파독 간호사로 수십 년간 파독 간호사 모임을 조직하고 운동을 이끌어왔다. 지금은 이주 여성 노동자 연대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70년대 독일로 한국인 남성 광부들과 여성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대중문화 콘텐츠로 심심치 않게 접했지만 당사자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발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양하고 방대한 시각 자료들이 스크린에 올라왔던 것이다. 한글로 발행한 파독 간호사 신문, 파독 초기부터 찍어 여러 장의 간호사 모임 사진들, 데모 현장 스케치 자료가 풍부했다. 특히 독일 공무원들과 파독 간호사들 사이의 토론회 자리에서 찍은 영상은 보자마자귀한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료들은 이주 여성 노동자로 독일에 살면서 받았던 차별 등의 이야기를 모아 에세이집 <Zu Hause> 내기도 했다. 수십 년간의 기록들이 오늘까지 그가 이주 여성 운동을 하는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들의 경험 앞에서

 

도리스를 비롯한 스피커들의 여성 이주민 운동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결이 다양하다지만 나는 가장 이질적인 결을 가진 사람이었던 탓이다. 나는 생존의 문제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없는 난민도 아니고, 독일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고자 마음을 먹고 이주민도 아니었다. 여성 이주민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 학자나 연구자도 아니었고 독일 한국인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해본 적도 없어서 한국인 이주민 사이에서 형성된 남성 권력의 부조리함을 경험해 것도 아니었다. 자리에서 발언하는 사람에게 어떤 자격이 필요한 아니었지만 개인 혹은 특정 계급이나 그룹이 겪은 고통이 말에 녹아 상대적으로 울림을 갖게 되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자매들의 내러티브는 나에게 명쾌한 해답보단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현재 단기 외국인 노동자로서, 한국에서는 이주민 커뮤니티와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험이 필요한 지점은 어디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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