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녹색당 홈페이지

http://kgreens.org/news/녹색전환뉴스-그리스-유럽-최초의-녹색당-정부/


[편집자주] 얼마 전 그리스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총선 승리소식이 국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리스 녹색당도 시리자연합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리스에 불고 있는 시리자 돌풍을 보고 영국녹색당원이 쓴 글을 번역해 공유합니다.

 

원문 : http://bright-green.org/comment/greeces-green-government/

번역 : 김선아, 고영진, 이순규 당원

 

그리스, 유럽 최초의 녹색당 정부?

 

스피커에서는 벨라 차오(Bella Ciao, 2차 세계대전 반파시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좌파 및 대륙 국가 정당들의 깃발이 펄럭거렸고, 깃발을 든 사람들은 춤추며 노래를 따라불렀습니다. 우조(그리스 술)이 넘치고 폭죽이 터졌지요. 누가 보면 2000년대 초반 G8 정상회담 바깥이라고 생각할 만한 풍경이었지요.

 

다만 폭탄을 경찰에게 던진 게 아니라 공중을 향해 던졌습니다. 정치인에게 소리치던 관중은 시위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환호성이었죠. 제 상처 돌보기에 아주 능숙해진 국제적 운동은 축하하는 법을 재빠르게 배웠습니다. 아테네 아카데미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한 사람 중 약 10%가 그리스 이외 나라에서 왔습니다. 그러니 유럽 좌파의 파티에 가까웠습니다. 맥주, 요동치는 음악, 춤이 있었으니까요.

 

물론 정치적 면에서도 파티였습니다. 제가 분명하게 말해야겠군요. 급진좌파연합정부 시리자(Syriza)는 어떻게 보면 유럽에서 첫 번째 녹색당 정부라고 제가 말할 때, 물론 단지 녹색당만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왜냐면 시리자는 사실상 그리스 대다수 좌파정당의 합병체이기 때문에, 유럽의 대다수 좌파 정당이 시리자를 자매정당으로 볼만 합니다. 이미 2년간 유럽 좌파의 대표적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녹색당 정부?

 

그렇긴 하지만, 시리자가 사실상 녹색당 정부인 면모가 놀라울 정도로 큽니다. 첫 번째, 그리스 녹색당은 시리자 연정에 들어가 있습니다. 녹색당 의원(MP) 한 명이 당선되었고, 이 의원은 즉각 환경부 차관(deputy minister)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그리스 녹색당 운영위원(ruling council member)인 코스타스 루케리스(Kostas Lukeris)가 투표 당일 신타그마(Syntagma) 광장에서 수블라키(souvlaki, 그리스 꼬치 요리)를 먹으면서 저에게 말했듯이, “[연정이] 우리 강령을 모두 채택했어요.”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 시리자 정부 총리) 정부의 정책과 영국 녹색당의 선언문을 보신다면 차이점을 찾기가 거의 힘드실 겁니다.

 

이렇게 정책이 비슷한 건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긴축재정 반대, 민영화 반대 등은 대다수 현 좌파 정당 강령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시리자와 영국녹색당 모두 탈세 단속을 외쳤으며, 기업의 정치 장악 및 이에 따르는 부패를 대체로 반대합니다.

 

이렇게 겹치는 정책 중 일부에서는 좌파진영이 지금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지만, 항상 그랬던 건 아닙니다. 20년전 활발했던 사회주의 전통에서는 페미니즘, 인종차별 반대, LGBTIQ 권리 옹호, 환경주의를 “부르주아의 탈선(bourgeois deviationalism)”이자 계급 투쟁에서 시선을 분산시킨다고 봤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전통 진영에서 많은 이들이 실제로는 동성애 혐오자, 성차별자, 높은 굴뚝의 거대산업 경영자였으며, 환경주의가 자신들의 5개년 계획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지 갤러웨이(George Galloway, 영국 리스펙트( Respect) 당 의원)가 줄리언 어산지(Julian Assange)에 대해 한 말을 들어 보세요,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시리자는 아닙니다. 시리자는 녹색, 보라색, 적색입니다. 자랑스러운 페미니스트, 환경주의자일뿐 아니라 사회주의자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시리자는 마약류 범죄처벌대상 제외, 군비 절감, 몇몇 지역에서 직접 민주주의 도입을 지지합니다. 시리자는 벌써 학교 시험 단계 중 두 단계를 뺐습니다. 모든 좌파가 이런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럽 전역 녹색당 성명서에는 나와 있는 정책이죠.

 

한편 시리자 연립정부가 애초보다 더 나아가야 했던 쟁점이 약간 있었습니다. 그리스 녹색당은 연정 참여를 토론하기에 앞서 먼저 요구사항21개를 발표했습니다. 이 요구사항은 사전 합의가 없었던 사항이었으며, 만약 시리자가 녹색당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요구사항에는 20년 이내에 화석 연료 폐지, 산림 유지로 사막화 방지, 어업권 보호, 공공 서비스 과정에서 참여 보장, 섬들에게는 과도한 중앙집권인 현 상태에서 섬들의 평등한 대우 보장이 있었습니다. 시리자는 이 정책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녹색당에게는 위의 것 중 쉬운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녹색당은 결국 자신의 더 진보적 성향은 중도좌파정당 포타미(Potami, 제 친구는 포타미를 유행을 쫓는 정당“hipster”이라고 부르더군요)에게, 얼마간의 자존심은 다른 좌파 세력에게 양보한 후 시리자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녹색당이 고통의 산물 등으로 굉장한 승리를 거머쥔 듯 합니다.

 

우리 좌파가 달라졌어요

 

 

이게 전혀 놀랍지 않다고요? 두 가지 이유가 있지요. 첫째, 유럽 전역에서, 아니 어쩌면 세계 전역에서 지난 20년간 좌파는 크게 변모했습니다. 다른 모습을 띈, 그러나 동일한 속성의 억압에 대항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는 여러 투쟁을 무시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9/11과 이라크 전쟁 이래 반 제국주의자 주장 수용을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에는 진보임을 자처하면서 거시경제학,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기후 변화 이후 환경주의의 기본 전제를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말로, 한때는 소련 역사의 몇몇 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좌파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점이었습니다. 허나 새로운 세대에게는 그 기준점이 매우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균열은 역사의 열기 속에서 치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약간의 재편성은 놀랍지 않지요. 사회주의 좌파 다수는 (일부) 녹색당원들이 한때 더욱 독특하게 차지하고 있었던 영역으로 옮겨갔고, 영국 녹색당 등 유럽 녹색당들 중 일부는 반 신자유주의 주장을 더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시리자는 이의 결과물입니다.

 

둘째, 시리자 자체의 역사를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리자는 연정이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가 이끄는 “좌파, 운동, 생태의 연합(Synaspismós tīs Aristerás tōn Kinīmátōn kai tīs Oikologías)‘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연합의 뿌리는 유러코뮤니즘(Eurocommunism, 서유럽 공산당의 자주·자유·민주 노선)에 있습니다. 공산주의 중 소련을 비판하는 그람시안(Gramscian, 이탈리아 맑시즘 이론가 및 정치인 안토니오 그람시 방식) 계파입니다. 좌파, 운동, 생태의 연합의 잉글랜드(England) 지역 자매 조직 “민주좌파(Democratic Left)”는 다양한 침투를 거쳐 캠페인 단체 “민주주의를 열자(Unlock Democracy)”가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 민주 좌파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정당이 정치의 전부가 아닙니다(there’s more to politics than parties)’와 ‘급진, 페미니즘 녹색당(radical, feminist, green)”이라는 구호 아래 정치 토론을 할 수 있는 유용한 비당파적 포럼을 마련해 줍니다. 이 단체의 색깔은 시리자처럼 여전히 적색, 녹색, 보라색입니다. 구성원에는 스코틀랜드 녹색당 공동 의장(co-convener)인 매기 채프먼(Maggie Chapman) 등 당내 주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저도 있고요)

 

유러코뮤니스트들은 오래된 신 좌파(New Left)처럼 많은 방면에서 ‘계급 투쟁을 넘는’ 광범위한 투쟁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대체로 사회 변화에 독단적이기보다는 담론적 방식을 취하며, 함께 단결하고, 지침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한 발 물러서서 뭘 해야 하는지 재평가하려는 열망이 강합니다. 어느날 밤 유러코뮤니스트들이 시리자의 청년층 고위 인물과 함께 논 적이 있었는데요, 어느 술집을 갈지는 망설일지언정 이 점은 농담으로라도 강조했습니다.

 

국제적 운동

 

이 모든 게 녹색당과 좀 겹쳐보인다고요? 그럴 수 밖에요. 본질적으로 녹색당스러우니까요. 유럽 전역에 있는 녹색당들의 혈통을 보세요, 신 좌파와 유로 커뮤니즘이 혼합되어 교차하는 걸 여러 번 발견하실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네덜란드 녹색좌파당(Dutch GreenLeft Party)은 유로커뮤니스트 및 다른 이들이 통합하여 창당했고, 잉글랜드 녹색당의 주요 당원 비 캠벨(Bea Campbell)은 한때 영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유로커뮤니즘 활동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달리 표현해 볼게요. 나라마다 고유한 역사, 맥락, 전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영국 녹색당에 온 사람들 중 많은 이의 정치적 배경이 지금 그리스를 이끌고 있는 이들과 매우 흡사합니다. 70, 80년대에는 반 자본주의이면서도 반 소련 좌파, 1990, 2000년대에는 반 세계화 운동과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2010년대에는 긴축재정 반대 운동의 혼합체입니다. 어떻게 보든 이는 녹색당만의 유산이 아닌, 유럽 좌파 다수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유럽 좌파의 역사인만큼 녹색당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리스 녹색당 전국 캠페인 담당자와 함께 아테네 노동자 항구 구역에 있는 투표장에 차를 타고 갔습니다. 그 분은 시리자가 얼마나 간절하게 녹색당을 연정에 포섭하려고 했는지를 보고 놀랐다고 제게 말하더군요. 녹색당 의원이 한 명도 없었고,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러다가 시리자가 혈안인 이유를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유럽 협력자가 필요했던 거죠. 유럽의 녹색당들을 자매당으로 끌어들이면 유럽대륙 전역에서 큰 지지층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겠죠. 그리스 좌파 대다수는 세월이라는 음악에 춤을 추면서, 적어도 지금은 서로 똘똘 뭉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 구석구석마다 쓰는 악기는 다를지라도, 드럼은 같은 박자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시리자의 가장 큰 자매정당이 녹색당입니다. 그리고 웨일즈정당(Plaid Cymru, 영국에서 웨일즈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가 잉글랜드에서 녹색당 표를 지지하는 지금, 연대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히트송처럼 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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