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7일 일요일 오후 1시, 그페미 온라인 북모임 후기 - 이수빈


정세랑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중 <웨딩드레스 44>, <옥상에서 만나요>, 그리고 조금 <해피쿠키이어>


함께하거나 다녀간 사람들: 오현화, 유진, 유태선, 이수빈, 손어진, 조수영, 진실애, 하리타



제게는 읽다보면 약 30-35세 전후의 여자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것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결혼이라는 주제가 크고 작게 곳곳에서 등장하게 되는, 이미 너와 나의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의 빠짐없는 주제가 이미 되어버렸을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골라본 단편들이었습니다.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던 결혼 이야기. 일단 결혼만 가지고도 할말이 많을테니 잘된 일이었습니다. 이 모임에 함께한 사람들 중엔 결혼한 사람, 하지 않은 사람, 하고 싶지 않은 사람, 할거라 생각중인 사람들 등이 있었습니다. 


<웨딩드레스 44>에는 어떤 한 웨딩드레스를 거쳐간 44명의 여성이 나옵니다. 그 중에 기억남는 여성들을 몇명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해갔는데, 역시 해야 할 이야기들은 많았습니다. 예컨데, 동거와 결혼의 차이, 결혼으로 맞이하는 갑작스런 가족의 확장 그리고 의무, 평등한 부부의 관계, ‚결혼’이 가져다 주는 환멸 혹은 가장 재밌었던 선택으로서의 결혼, 미래엔 고리타분한 제도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을 결혼제도, 그래서 희망으로 다가오는 ‚사회연대계약‘ 등등.. 


그러나 크게 논쟁할만한 내용도 없었습니다. 모임에 함께한 우리는 어느정도 모두 공감하거나 동의하고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속 여성이 경험하기를 바라는 지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가 만든 사회내에서 평등한 관계를 원하지만, 현실에서 평등한 관계가 실현된 모습이 어떠할 것인지, 네 가족은 네가, 내 가족은 내가로 분리하면 평등은 이루어지는 것인지,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람들/가족들/파트너 간에 기대하는 환대의 표시와 기대의 정도의 다름 등에 대해선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이야기 나누게 되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임에선 막연하게나마, 한국에서 허용되고 있는 결혼제도의 범주가 꼭 동성커플을 향한 확대로서만이 아닌 함께사는 사람간의 제도적 인정으로 더욱 확장되고, 또 그런 날은 오고야 말것이라는 낙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결혼’은 어떻게 될까, 어느 누군가는 살다보면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할것으로 추천받든 세뇌받든 하던 그것이, 이제는 환멸의 길로 치닫는 구렁텅이 같은 꼬리도 함께 달려버린 그것이, 결국 아무 무게도 복잡함도 느낄 수 없는 싱거운 단어가 될까, 함께 궁금해 했습니다. 앞으로도 간혹 궁금해질것 같습니다. 


<옥상에서 만나요>, 남편으로 상상하기엔 그 어느것 하나 사람의 무엇인것 같지 않은 존재이지만 오로지 절망만을 가져가 버리니 다시 피어날 수 있었던 그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아쉬웠던 <해피쿠키이어>, ‚중동 아랍 남자’에 대해 갖는 흔한 이미지를 일부러 바꾸어낸, 외국인 남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한국사회와 한국여자와의 연애까지. 두시간을 꼭 채워 함께 풍부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도서로는 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터>> 선정됐습니다. Yes24에서는페미니스트들의 바이블이라 제목을 붙였네요. 읽어와야 부분은 선정될것 같습니다. 7 5 일요일 오후 3, ZOOM으로 만납니다. 다음만남에서 나누게될 다양한 목소리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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