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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토요일, 프랑크푸르트 녹평모임엔 열 한사람이나 모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그날의 기억을 함께 더듬어가 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일테지요. 모두 먼땅까지 실시간으로 전해져오던 참사 당일의 참담함, 다른 여느 사건에선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국가의 무능력과 민낯을 기억하면서 보니, 세월호는, 자리에 모이신 분들의 삶에 모두 중요한 획을 그어놨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국가적 참사가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것도, 누군가에게는 세대의 역할에 대한 미안함에서 정치적 구성원으로 함께하는 계기가 되고, 누군가는 남의 슬픔을 버거워하고 진실규명의 요구를 끊임없이 외면한 또다른 크기의 대중에 배신감을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자연스럽게 한 국가에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도 늘어났습니다. 투표결과도 함께 뜨거운 화두가 되었고요. 어떤 공동체든 도덕적 합의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다, 혹은, 경제발전능력을 정치인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순 있지만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그런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와 같은 발언들이 오간것이 생각납니다. 머리에 병이 생긴 사람들이 꽤 나타나는데,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이는 매우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먼 이국땅에서 함께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점에서 어떤 위로를 받는 자리기도 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중 한서영님은 아래와 같은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혼자 보내기에는 너무 힘들었을 날,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분들과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2년전 그날이 희미해진 것 같았는데 한사람씩 저마다의 기억을 꺼내놓으니 다시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 나는 듯 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 세월호, 지난 정권들, 이번 총선이야기, 정당이야기..-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자리에 그만큼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 자체였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무력감, 절망감과 저 깊은 곳에서 부터 울컥울컥 올라오는 이름모를 감정에 힘들어하던 제게, 이곳에 함께 시간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이, 딱 그만큼의 위로가 되더군요.

문득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가 봤던 글을 요새 계속 되새김질 하고 있습니다. 노들야학의 김호식님의 글인데, 루쉰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정확히 호식님이 쓰신건지, 인터뷰어가 쓴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앎은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느 학생이 루쉰에게 쓴 편지글이다. 여기에 루쉰은 '미래를 지나치게 밝게 본 잘못'이라는 답신을 썼다. 미래를 지나치게 밝게 생각하면 조그만 장애물을 만나도 곧 큰 실망을 한다. 그러니 생계를 도모하라. 당신이 영원히 몰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애인을 위로하고 굶기지 말라는 충고이다. <<

미래를 밝게 보지 말라는 말에 괴로울법도 한데, 오히려 이 담담한 말에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고 그 길 끝에 반드시 희망찬 미래가 있다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혼자가 아니라면 버틸만도 할 것 같습니다. - 한서영



그리고 여기에 이어 진실애님의 한마디로 이번 4월 프랑크푸르트 녹평모임의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세월호가 준 유일한 선물은 한국을 떠난 독일에서든,세계 어디서든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같아요. 2년이 지나도록 어찌할 애도를 가눌 수 없는 까닭은 진상규명과 책임 그리고 충분한 애도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겠지요.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고백이 식상한 표식어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각에도 여전히 녹지않은 슬픔에 있는 유가족분들과 실종자 9명을 기억하며 작은 위로와 기다림 보탭니다. - 진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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