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6 06:09
2015 녹색당 유럽지부 정기총회 보고
photographed by Tsukasa Yajima
총회는 늘 가슴벅찬 자리입니다. 모두에게 문이 열려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동료들을 마주하고, 또 오래된 동료를 만나 힘있게 손을 맞잡는 자리이기에 그렇습니다. 준비기간 1년, 그리고 창립대회를 갖고 2년을 꼭 채운 녹색당 유럽지부는, 정식 출범 이후 2년간 완전히 새로 땅을 일구어낸 첫 임원진의 활동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임원진을 결정한 중요한 변화를 가졌습니다. 지역모임으로 이제막 싹을 틔운, 우리가 일군 땅을 함께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 녹색당이 가진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담았습니다. 총회 당일인 9월 12일(토) 하루간 모습과, 전날 저녁부터 13일 일요일까지 이어간 만남과 소풍까지. 독일 녹색당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 크로이쯔베르그) 지역 선거사무실에서 열렸던 제 3회 총회의 면면들을 나눠봅니다. 2015년 녹색당 유럽지부 정기 총회는 임선아 당원이 제작한 오프닝 동영상(1)으로 본격적인 일정의 막을 열었습니다.
글 순서
1. 12일 토요일. 발제와 총회
2. 초대손님: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
3. 만남의 자리, 그리고 소풍
12일 오전/ 발제: 녹색당을 해부하다! - 한국 녹색당 면면 들여다보기
한국 녹색당 활동에 대한 정리와 평가는 총회 준비과정에서 당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 발제 주제였습니다. 한국 녹색당의 정체성을 짚어보고 구체적 활동에 대해 다뤄보는 시간은 녹색당 유럽지부가 가야할 길을 고민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녹색당 이해하기, 누가 녹색당의 일만번째 당원이 될 수 있는가>(2)라는 제목으로 김인건 당원이 중심 발제문을 미리 작성하여 공유했습니다. 이후 총회 당일, 발제자의 직접 진행을 통해 내용을 좀더 세밀하게 다뤘습니다. 녹색당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 당인가, ‘녹색 정치’는 진정 긴급한 정치적 현안으로서 의미가 있는가, 기본소득이 녹색당의 당론으로서 어떻게 가능한가, 녹색당은 권력을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나하나 숨가쁘게 풀어가는 동안 시간도 빠르게 흘렀습니다. 워크샵을 겸하며 이어나간 대화의 시간동안 ‘당론’으로서의 기초소득에 대해 진정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도 역시 중요한 논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photographed by Tsukasa Yajima
이어지는 순서는 한국에서 직접 현장에서 활동해왔던 손어진 당원과 김도화 당원이 각각의 활동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어진님은 비례대표제포럼 활동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 선거제도와 현재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셨습니다. 선거라는 피부에 와닿는 직접적인 문제인 만큼 현 선거제도 개혁 방향 및 제시된 안들의 내용, 문제점들을 정확히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김도화님은 한국 녹색당 활동모임인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를 소개하고 활동 사진들을 통해 그동안의 진행 현장들을 전해주셨습니다. 비교적 자주 접하지 못했던 소식이라 궁금한 점들도 많이 생기고 또 그만큼 차분히 상세하게 답변해주셨습니다.
이러한 발제와 소식을 나눌때마다 ‘시간이 좀 더 넉넉했으면..’하고 생각하는 것은, 함께하는 분들의 관심과 열정의 방향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총회 현장에 함께한 녹색당원 수만큼이나 많이 자리를 채워주셨던 참석자분들도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12일 오후 / 총회
오후 2시 15분, 온라인 포함 당원참석자 총 8명으로 1/3의 참여정족수를 만족하며 총회가 성립되었습니다. 중요한 안건은 지난 한해를 돌아본 후, 크게 ‘새로운 임원 선출’과, ‘살림(한해 예산 집행) 원칙’ 및 지역모임 지원방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소식이 있다면 이번 임원선출은 찬반투표를 통해서가 아닌 경선을 통해서 선출되었다는 점인데,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자 이름을 적어내게 된 것입니다. 다양한 분들의 후보 추천을 통해 남/여 공동운영위원장 후보 모두 각각 2명씩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원 수가 많지 않은 유럽지부 내에서 전 임원진 3명을 제외하고도 총 4명의 후보자가 나올 수 있게 된 것도, 추천을 받은 4명의 후보 모두 제안을 받아들인 점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일입니다.
4명의 후보가 그렇게 각각 소감, 걱정 및 다짐 혹은 계획들을 나누고 다른 당원들의 지지 발언들을 거치며 투표에 부친결과!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개표 끝에 마침내 정세연 당원(여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인건 당원(남공동운영위원장)이 최종 선출되었습니다. (며칠 뒤 두 운영위원장의 추천으로 성낙규 당원이 사무처장을 맡았습니다) 지속적인 지역모임의 발전과, 다양한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중인 새 임원진들의 한해 계획은 곧 10월중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총회를 진행중인, 2년간 유럽지부의 거의 모든 기초를 만들어낸 세명의 임원진.
사진은 첫 남/여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낸 유재현, 강빛나래 당원. (사무처장: 정연운 당원)
photographed by Tsukasa Yajima
이 후 총회에서는 현 예산집행방향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일이 주된 안건이었습니다. 우리의 경제적 자원과 역량을 어떻게 쏟을지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 유럽에 흩어져 있는 당원들이 일년에 단 한번 함께 모이는 총회, 이 자리가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총회와 지역모임의 지원 두 날개에 어떻게 힘을 나누는 것이 좋을지, 교통비 지원 원칙은 유럽 당원들의 현실과 비교해 적절한지 등의 주제가 활발하게 논의되었습니다. 다음 총회 개최지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기타 세부 안건과 자세한 결정사항 역시 곧 회의록을 통해 공개됩니다.
2) 초대손님: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
이번 총회를 구석구석 채워주신 초대손님 두분이 계십니다. 이 두분은 한국 녹색당 유럽지부 총회 현장을 국제적 연대의 장이 되도록 만들어주셨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뜻을 함께하며 큰 힘을 불어넣어주신 싱어송라이터 SoRA와 독일 녹색당 소속 베를린 시의원인 Turgut Altug 씨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싱어송라이터, SoRA
총회의 첫 시작과 끝, 그리고 프로그램 틈틈마다 조곤조곤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공간을 채워주셨던 SoRA 는 동경에서 온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반대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한국에 머물면서 제주도 강정마을과 밀양 등 각종 생태적 시민활동에 함께하며 사람과 자연의 감수성을 담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잠시 독일에 머무는 동안 이곳 녹색당 유럽지부 총회에 함께하며 소중한 몇곡을 선정해 매 코너마다 소박하고 부드러운 무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래에 그 중 하나인 ‘밀양의 노래’ 가사를 번역과 함께 실어 보았습니다. (SoRA님이 직접 전해주셨습니다.)
photographed by Tsukasa Yajima
Song of Miryan(密陽) (밀양의 노래)
風なく息吹く この山に 鳴り響くは 密陽アリラン
いつでも ありのまま 美しく 平安であることを求めて
雲に続く 道を行く そこはまるで 穏やかな地
牙をむくのは この土地じゃなく いつだって わたし達の 強欲
豊かな山の上 木々見下ろす 高い塔が 欲しいのでしょうか
いつでも ありのまま 美しく 抗い続けることを 誓って
憂いを越えた 場所にある そこはとても 暖かな地
悲痛な叫びの 裏の 愛に 包まれて 森の風は鳴る
바람 없이 숨쉬는 이 산에 울려 퍼지는 밀양 아리랑
언제든지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평온한 것을 요구해
구름이 길 따라 줄지어 가는 거기는 마치 온화한 땅 같아
송곳니가 향하는 것은 이 땅이 아닌 언제나 우리들의 탐욕
풍요로운 산의 나무들을 내려다보는 높은 탑을 원하는가
언제든지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계속해서 저항하는 것을 맹세해
근심을 넘은 곳 거기는 너무나 온화한 땅
비통한 외침 뒤에 사랑에 쌓여 숲의 바람은 운다
자전거를 타는 터키출신 독일 정치인, Turgut altug
photographed by Tsukasa Yajima
Turgut Altug씨는 독일 녹색당 베를린 시의원으로, 발제 및 워크샵 시간을 마친 후 바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총회 장소도 제공해 주셨는데요, 인사말을 나누며 지역 정치인으로서 독일 녹색당 및 자신의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독일어, 터키어, 영어를 비롯해 7개정도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그는 영어로 독일의 지역 정치의 모습과 지역 내 집권당의 다양한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2009년 독일에서 선두적으로 구성된 이주민 중심의 터키 독일 환경센터를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2006년부터 시의원에 당선되어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 크로이쯔베르크 지역에 소수자 인권을 호보하고 지역의 생태적 정치를 위해 환경 및 소비자 보호 중심의 정치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삼촌이 한국전에 참전에 한국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3) 만남의 자리, 그리고 소풍
총회에서 잊을 수 없는건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과의 만남입니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델프트, 독일 북부의 키엘, 남부의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그, 프라이부르그, 라우든바흐까지. 멀리 한국에서도 오셨습니다. 이 만남을 위해 베를린에 계신 당원들께서 숙소도 제공해주시고, 다른 필요한 지역 정보들을 공유해주시는 등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주셨습니다. 전부 합해 스무명 정도 참석한 2015년 녹유 총회 자리는, 유럽지부 총회가 늘 그랬듯,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을 모두 기억할 수 있게 합니다. 모두 한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참석하게 된 계기와 관심, 총회 후 못다한 이야기 등을 나누다보면, 서로가 어느새 새로운 의미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음을 경험합니다.
13일 소풍: 도시속 생태적 삶의 실천과 그 미적 흔적
베를린은 보고 듣고 만져보고 경험해볼 것이 산적해 있는 도시입니다. 마지막날은 비공식 일정이었지만 점심식사 전후 모두 꽉찬 일정으로 채워졌습니다. 가장먼저 함께 소풍을 간 곳은 Prinzessinnen Garten.(3) 베를린 한가운데 유기농 도시농장을 실천하고 시민들이 일상을 함께하는 생태적 공동체 협동조합 실천 프로젝트입니다. 식탁에 오르는 거의 모든 채소와 허브 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꽃들까지 가득찬 공간이지만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도 즐겨 사용되기도 합니다. 방문한 날엔 마침 벼룩시장(Kreuzboerg Flowmarkt)(4)이 열려 구석구석 자리한 농작물들 사이로 사람들로 북적이고 활기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맨 위 사진: 평소 Prinzessinnengarten의 모습 (2011),사진출처: Prinzessinnengarten 홈페이지
아래 두 사진: 13일 소풍 당일 벼룩시장의 풍경 (사진: 손어진 당원)
점심식사 후에는 유재현 당원이 근방을 직접 안내하며 지역의 정치적 현장들을 직접 살펴보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베를린 역사의 일면, 생생한 정치의 현장,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모두가 끝난듯 끝나지 않은듯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2016년에 열릴 다음 총회가 기다려지는 것은, 그때까지 녹색당 유럽지부가 이 힘을 받고 만들어갈 1년의 결실과 고민들과 또 새로운 만남들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 사진편집 / 이수빈 당원
각주
(1) 오프닝 동영상: https://youtu.be/xZEpWkdJBr0
(2) 발제문 전문: “녹색당 이해하기 - 누가 녹색당의 일만 번째 당원이 될 수 있는가” https://drive.google.com/file/d/0B6Qc6ydRaGwgRnVYZnVadWRTXzQ/view?usp=sharing
(3) Prinzessinnengarten 홈페이지, 독일어/영어: http://prinzessinnengarten.net/about/
(4) 정기적으로 열리는 벼룩시장, 담당 홈페이지, 독일어: http://www.kreuzboerg.de/seiten/home
김인건 :
새롭게 운영위원회에서 일하게 된 김인건 입니다. 독일 라우덴바크(Laudenbach) 라는 작은 마을에 이수빈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 큰 관심사는 철학 공부도, 밥벌이도, 정치도 아니고요,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몇 날 며칠이고 혼자 숲길을 걸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하이델베르크나 프랑크푸르트 주변을 지나시게 되면 Laudenbach에서 커피나 차를 한잔 하시고 가셔도 됩니다.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다른 당원분들이 할만한 일이
뭐가 없을까 고민해보겠습니다.
성낙규 :
인사드립니다. 저는 99년에 독일에 유학와서 공부를 마치고 계속 독일에 남아있는 직장생활하는 두아이의 아빠 성낙규입니다. 저는 가장 큰 자랑이 여우같은 아내와 똘똘하게 자라고 있는 두 아들인 평범한 가장입니다. 저같은 평범한 이에게 사무처장의 자리를 맡겨주신 뜻은 평범한 사람이 함께하여 만들어가는 녹색당이라는 걸 보여주시려는 거라 믿고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능력보다는 성실함이 더 빛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공항에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오가실때 잠시 쉬어가실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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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없는 녹색 보고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부지런히 퍼날라야겠네요^^